가정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기술 발전은 가족들이 오붓하게 쉼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기존 개념에 충실해 더욱 편안하고 안락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 또는 쇼핑센터나 일반극장, 음악홀로의 훌륭한 변신을 가능케 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이 가정에 가져온 가장 큰 혁명은 모든 가전제품을 리모컨이나 원격으로 조정 가능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TV는 물론 오디오·세탁기·냉장고 등 일반 가전제품을 리모컨 하나로 작동시키거나 조절하고 끌 수 있는 이른바 가정자동화가 구현되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전과 컴퓨터 업계를 중심으로 모든 전자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표준규격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일부 이 규격을 채용한 제품도 등장하기 시작해 말 그대로 손끝 하나로 모든 가전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원격제어 기능이 추가되고 정보통신망과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시스템을 형성, 가정에서 멀티미디어를 구현하게 됨으로써 가능해졌다. 이제까지 사무자동화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PC가 AV기기와 함께 인텔리전트 홈을 구성하는 주요 수단으로 가정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PC는 가정의 통제센터 역할을 하면서 가정자동화의 핵심 도구가 될 전망이다. 우선 전력·수도·온수·열량·가스 등 생활 에너지를 원격으로 검침하고 사용금액을 결산해준다.
또 PC에 미리 입력해둔 프로그램에 따라 시간대별, 용도별로 모든 조명이 자동 조절되며 냉난방도 원하는 때에 조정이 가능하다.
여기에 요리·법률·뉴스 등 각종 생활정보는 물론 홈쇼핑·홈뱅킹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영상통화와 같은 기능이 네트워크를 통해 가정으로 파고든다. 이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교통상황 점검, 비행기 예약을 가정에서 할 수 있으며 문제지를 받아보는 대신에 대화형 교육프로그램을 가정에서 실시할 수 있다.
집 밖에서 원격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작동시켜 집안을 시원하게 하고 전자레인지에 전원을 켜 음식을 조리하며 보일러를 작동시켜 집안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결코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의 상황이 되고 있다.
디지털기술이 이처럼 인간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만은 아니다. 디지털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가전제품, 이른바 정보가전의 등장은 더욱 안락한 가정을 꾸미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보가전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가정 일부 공간을 영화관이나 음악홀처럼 꾸며 생생한 현장감을 안방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와 DVD 플레이어를 통해서 레이저디스크(LD) 수준의 고화질과 극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선명하고 입체감 있는 음향을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오는 2000년 초부터 본격 상용화할 고선명(HD) TV는 이같은 새로운 가정문화의 주역으로 말 그대로 디지털가정을 이끌어갈 핵심매체가 될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기술은 가정의 개념을 공간적으로 크게 확대하고 있다는 데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가정은 이제 기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사무실 등 업무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시대 개막과 함께 사무자동화와 통신이 하나로 묶여 가정정보화 기능으로 통합되면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과 똑같이 가정에서도 모든 업무를 처리하게 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재택근무자가 크게 늘고 있으며 가정에서 PC를 두고 자영업을 하는 SOHO족이 등장해 새로운 산업군을 형성해가고 있는 것은 디지털기술이 가져온 카다란 변화다.
디지털기술은 가정이라는 생활공간이 좀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정 공간마저도 획기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디지털기술 발전은 이처럼 인간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현재보다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으나 이것은 곧바로 개인주의의 심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가정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모든 일들을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현상이 이미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이를 증명해준다. 학생들이 PC를 통해 밤새워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성을 상실해가고 가정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SOHO족의 대거 등장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피하는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실제 시장전문 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호 인구는 대략 5천만명선인데 이것은 미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30%를 웃도는 수치다. 오는 2000년에 이르면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소호족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2∼3년 전부터 서서히 출현하기 시작한 소호족들은 현재 출판·DM·모닝콜·기고·컨설팅·전문MC 등 전문분야에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하루가 달리 기술이 향상되고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첨단 정보가전 제품이 등장하면서 가정에는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기술발전으로 무지개빛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문명이 인간과 가정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것인지 정확하게 답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디지털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더욱 자유롭고 풍요롭게 할 것은 분명하며 이에 따른 부작용은 이를 누리는 인간들이 만들어낸다고 할 때 이는 인간 스스로의 이성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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