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열리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화 추세, 방송기술의 디지털화 등으로 다매체 다채널 환경이 급진전되고 있고, 신문과 방송의 영역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최소한 인터넷에서는 기존 인쇄매체의 경우도 일간·주간·월간 등의 경계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특히 방송의 경우 통신위성을 이용한 다채널 디지털 위성방송, 디지털 지상파 방송, 디지털오디오방송, 인터넷방송, 케이블TV망을 이용한 고속 데이터통신 서비스, 인터캐스트방송 등 디지털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방송서비스의 등장으로 기존 지상파 방송의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방송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기술 발달로 가속화하고 있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인터넷 방송·인터캐스트·FM부가서비스·케이블TV망을 활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의 부가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고 단지 안방에 영상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매체로만 여겨졌던 케이블TV나 중계유선망을 활용해 고속 인터넷서비스에 접속하거나 전화를 거는 일을 가능케 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방송서비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 방송으로 지상파방송사는 물론 통신서비스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개설했거나 준비중이다. 물론 방송사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국은 아직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편집, 재전송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방송의 전달 매체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인터넷방송국의 증가추세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인터넷 방송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그 때문에 방송계 일각에서는 점차 매체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방송을 전광판방송과 함께 「유사방송」의 범주에 포함시켜 새방송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방송국 설립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소규모라도 어느 정도의 영상제작 능력만 갖추면 비교적 개국이 손쉬운데다 주로 국내에 한정돼 있는 지상파 방송과 달리 전세계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잠재시장이 광활하며 양방향 서비스란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캐스트 서비스 역시 새로운 매체로 등장하고 있다. TV주사선의 수직귀선기간(VBI)라인을 이용해 시청자의 PC에 인터넷 표준언어인 HTML형식으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현재 MBC애드컴이 시험제공 중이며 이르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FM부가서비스·데이터방송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 방송환경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방송매체도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지상파와 디지털위성방송이 대표적인 예다. 지상파 디지털방송은 이미 선진국들은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의 효율적인 사용을 가능케해 정부의 주파수 정책이 크게 향상될 수 있고, 이를 통한 부가적인 경제수요의 창출도 가능케 할 것이다. 전송시 발생하는 혼신문제를 방지할 수 있어 주파수 대역의 손실도 줄어들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전체 송신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방송하는 디지털 방송시스템으로 발전하는 추세이며 디지털방송의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방송 서비스를 하나의 디지털 방송파로 통합해 방송함으로써 수신자의 방송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동시에 서비스를 멀티미디어로 고도화하는 새로운 종합디지털방송(ISDB)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못지 않은 방송 디지털화의 매력은 채널의 증가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지상파 방송용 주파수를 디지털화할 경우 SDTV의 경우 4개 채널, HDTV의 경우 1개 채널의 제공이 가능하다. 따라서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면 지상파 채널은 현재의 5개에서 20여개로 크게 늘어나게 되며 HDTV도 가능해져 시청자들은 16대9의 와이드 스크린으로 보다 다이내믹한 화면과 CD수준의 음질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또한 디지털 TV수상기나 세트톱박스를 통해 시청자들은 인터넷·데이터방송·홈쇼핑·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양방향 부가 서비스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기술은 위성방송에도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도 디지털위성방송이 시험 제공되고 있지만 통합방송법이 통과되면 디지털위성방송은 케이블TV와 함께 국내 다채널 환경을 선도하는 매체가 될 것이며 특히 통신위성을 이용한 위성서비스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미 통신위성을 이용한 해외위성방송 서비스가 국내에도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외국의 위성이나 국내 위성을 이용해 방송프로그램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화 바람은 인쇄매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들이 경쟁적으로 인터넷 웹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종전의 인쇄매체로는 표현할 수 없던 고품질의 영상화면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사들은 인터넷웹사이트는 물론 위성을 이용한 전광판 방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2월에는 언론사 온라인 광고팀을 중심으로 「멀티미디어 신문협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내 웹사이트는 뉴스 사이트이며 인터넷 광고도 주로 뉴스 사이트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언론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의 향후 진화·발전 방향을 예측하게 한다.
디지털바람은 방송제작분야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테이프 없는 방송제작환경 구축은 궁극적으로 방송사들에게 비용절감과 인력효율의 극대화, 자료의 반영구적 보전이라는 이점을 제공한다.
방송제작분야에 디지털 바람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다. 제작현장에서 사용되는 릴 테이프의 화질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 데다 새로운 동영상 압축기술과 시스템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방송환경이 자연스레 디지털로 바뀌게 된 것. 특히 지난 90년 M(Motion)/JPEG에 이어 92년 MPEG1, 94년 MPEG2 등 새로운 동영상압축기술이 잇따라 등장, 테이프 없이도 동영상을 압축·저장할 수 있게 한 것은 방송제작환경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변복조기술의 발달과 초고속 네트워크기술, 윈도NT 등 새로운 운용체계(OS)의 등장도 디지털 방송환경 구축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같은 기반 기술을 응용해 출현한 디지털 영상편집장비(Non-Linear)와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송출할 수 있는 비디오·오디오 서버, 디지털 카메라 등은 기존 아날로그 편집에서 어려웠던 다양한 화면효과와 작업효율의 극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
또한 대용량 서버와 고속 네트워크의 등장은 취재·촬영·전송·분배·저장·송출에 이르는 방송제작 전반의 실시간 온라인화를 재촉하고 있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비용문제가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방송사에 사업다각화를 비롯한 적지않은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디어간 융합현상은 고유영역 소멸과 새로운 경쟁구도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바야흐로 각자의 서비스 영역을 지키면서 공존해오던 미디어 사업자들이 영역간·국가간 구분이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장길수·김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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