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디지털 문화.. 사이버 스타

 디지털 혁명으로 문화 및 문화산업의 양상이 바뀐다.

 2진법 수치(0과 1)에 대응시킨 개별적 신호로 정보를 표시하는 디지털기술이 문화상품에 접목되면서 문화산업의 양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음반·영화·비디오 등 대표적인 문화상품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유통되는가 하면 상품 자체의 본질마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과의 빈번한 접촉이 생명인 연예문화계에서 인터넷과 PC통신은 「연예인과 팬의 지극히 개인적인 만남」을 가능케 하면서 새로운 상품판매 창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캐릭터」로 불리는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해 첨단 디지털 문화산업의 현주소와 미래상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캐릭터를 개발하고, 그 특성에 맞춰 영화·음반·비디오·게임 등으로 상품화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디지털기술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아담·류시아·사이다 등 사이버 캐릭터들은 자신의 출생지이자 거주지인 컴퓨터 통신(인터넷·PC통신)공간을 뛰쳐나올 태세다.

 인터넷과 PC통신이라는 한정된 활동공간 내에서 가수(음반 발매)·디스크자키(DJ)·비디오자키(VJ) 등으로만 활동해온 이들이 최근 들어서는 광고모델·프로그램진행자(MC)·영화배우·작가·대학생·전문직으로까지 진출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기 시작했다. 문화산업계의 새로운 인기스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아담소프트가 97년 12월에 탄생시킨 「아담」(http//www.adamsoft.com)은 음반발매·TV광고 출연·수필집 출간을 통해 올 상반기에만 5억5천만원을 벌어들였다.

 앞으로 영화에 출연하고 게임으로 개발될 예정인 등 출생 1년 만에 총 20억원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현대인포메이션이 올해 2월 세상에 소개한 「류시아」(http//www.lusia.com)도 음반판매 등을 통해 1년내에 약 1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스네트가 지난 6월 27일 선보인 「사이다」(http//www.cyda.co.kr)도 영화 출연·음반 발매·광고모델 등을 통해 1년내에 12억원을 벌어들일 계획이다.

 케이블TV 만화전문채널인 투니버스(채널 38)에는 「더블맨」이라는 3D 디지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오락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더블맨」은 장기적으로 광고모델·만화출판·팬시상품화·인터넷 대화형 머드게임·TV시리즈용 만화영화·DVD 등으로 상품화될 예정이다.

 숙명여대와 경희대에는 사이버 대학생이 캠퍼스를 누비고 다닌다. 지난 5월 백색 저고리에 옥색 치마의 개량 한복을 입고 얼굴을 내민 「스노우」(http//www.sookmyung.ac.kr)는 숙명여대의 학교 소개 및 교육과정의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6월에 등장한 「라이언」(http//www.kyunghee.ac.kr/lion)도 경희대 홈페이지 안내자 및 홍보 모델로 활동하면서 컴퓨터 채팅을 통해 학생들과 대화하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실존하는 연예인들의 디지털기술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우상인 댄스그룹 HOT는 사이버토크가 개발한 「사이버 HOT」라는 대화형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신들을 디지털 공간상의 문화상품으로 내놓았다. 소비자(팬)에게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운 HOT와의 개인적인 대화를 즐길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지오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는 최지우·임창정·심은하·배용준 등 40여명의 인기스타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의 홈페이지를 끌어모아 웹 매거진 「클럽지오」(http//www.zio.co.kr)를 창간해 팬들과 스타간의 거리를 좁혀 놓았다.

 콤텍시스템도 국내 정상급 연예인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스타클럽」(http//www.starclub.net)을 개설했고, 스타지망생들을 꿈꾸는 이들을 조련하는 사이버 에이전트인 「스타게이트」(http//www.stagate.co.kr)도 등장했다.

 올 1월 개국해 방문(클릭)횟수가 4백만회를 넘어선 인터넷 FM음악방송국 「나인포유」(http//www.nine4u.com)도 디지털 문화상품으로 주목받는 사례다.

 문화상품의 유통체계도 급변하고 있다. 음반·비디오 등에 대한 온라인 통신판매서비스로부터 MP3 음악파일 내려받기(다운로드)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통신공간 상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상거래가 문화상품 구매체계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태세다.

 인터넷 정보제공업체인 인터라인마케팅코리아측에 따르면 97년말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총 1만8천여개의 인터넷 도메인 가운데 음악 리얼오디오서비스 사이트가 약 4백여개에 달하고, 그 중 약 70개 사업체와 1백50여개의 개인사이트가 MP3 음악파일 관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97년말을 기준으로 총 1백30만개의 도메인 가운데 2만6천여개의 음악 관련서비스를 운용하는 사이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하나 눈길을 끄는 움직임은 영화관·공연장·경기장 등 각종 문화관람시설의 입장권 예·발매 및 정보제공에 대한 전산관리시스템 구축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뒤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에서도 한국컴퓨터·한국정보통신·데이콤인터파크·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한국부가통신 등의 사업체들이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관람문화의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고, 정부도 「입장권 통합전산망시스템」의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국민들이 안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이 원하는 영화·공연·경기를 선택하고, 선호하는 위치의 좌석을 보다 간편하게 예매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문화혁명에 대해 문화비평계 및 학계에서는 『너무 상업성에 치우친 나머지 문화 획일화 및 저질문화 양산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원리에 따른 자연적인 생존·도태과정과 업계의 자정노력이 뒷받침될 경우 디지털 문화는 새로운 21세기형 문화산업기반으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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