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디지털 인프라-네트워크

 산업시대의 인프라가 도로였다면 정보시대의 인프라는 네트워크다. 도로가 각 지역으로 사람과 물건을 유통시키는 통로라면 네트워크는 수많은 데이터가 오고가는 길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동시킨다는 차이만 있을 뿐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얻는 효용은 같은 가치를 지닌다.

 국내 산업화의 시발점이었던 지난 60년대는 고속도로 시대였다. 총연장 4백여㎞의 경부고속도로를 비롯, 호남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등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는 대형도로가 만들어졌다. 항만을 통해 수입되거나 각지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고속도로를 통해 아주 빠른 시간에 전국으로 흩어졌음은 물론이다. 고속도로 덕에 국내 산업발전이 10년 이상 앞당겨졌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제 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디지털신호를 주고받는 정보시대에 필요한 것은 차선(車線) 단위의 도로가 아니라 비트(bit) 단위의 네트워크가 됐다. 그것도 수백만비트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송수신할 수 있는 초고속 네트워크다.

 정보시대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은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쇼핑을 즐기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환경이다.

 초고속 네트워크는 정보시대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산업시대를 이끌었던 고속도로의 역할이 초고속 네트워크로 이전한 셈이다. 정보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가정에서 영화 콘텐츠를 내려받고 쇼핑몰에 접속해 물건을 주문한다. 영상솔루션으로 상대방을 살피며 전세계 도서관을 훑어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전자상거래의 경우 초고속 네트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정보시대의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가는 첨병이다. 「인터넷의 종착역은 전자상거래」라고 말한 빌 게이츠의 견해를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 많은 기업들이 시스템을 직접 도입함은 물론 관련 솔루션의 개발과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전자상거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와는 달리 전자상거래는 아직 완성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 미국을 위시해 각국이 정부 주도로 전자상거래의 실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범용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관련 법·제도의 통일성 부재와 인프라 미비를 꼽는다. 법·제도 정립을 위한 각국의 주도권 다툼은 치열하다. 「국경없는 경제활동」을 가능케 할 전자상거래가 자국에 유리한 환경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중심이 돼 벌이는 경쟁은 향후 시장선점과 맞물려 불꽃이 튀고 있다.

 법·제도 정립이 국가간 문제인 반면 인프라 구축은 대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자가 국가간 협의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면 후자는 순전히 자국의 노력으로만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현재 세계 각국이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전자상거래 관련 법·제도보다는 인프라 정비다. 기반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법·제도도 무의미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 대외적인 발언권이 미약한 나라들은 물론 미국 등 전자상거래를 주도하는 국가들 역시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전자상거래의 인프라는 인터넷이다. 전세계는 인터넷이 기존 모든 통신·방송 수단을 대체해가는 정보통신의 기반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전자상거래 역시 인터넷 기반 위에서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물리적인 장비와 회선으로 구성되는 네트워크다. 엄밀히 말하자면 인터넷 역시 네트워크에서 구현되는 일종의 애플리케이션이다. 특히 일반인이 인터넷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월드와이드웹(WWW)의 경우 더욱 그렇다.

 최근 전세계 국가 및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고속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 기술 및 시스템 개발이다. 이들 고속 네트워크는 고속도로와 비견된다. 과거 산업화의 성공을 이끌었던 것이 고속도로였다면 정보화의 결정체인 전자상거래의 성공은 고속 네트워크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많은 국가들이 멀티 디지털 가입자회선(xDSL), 케이블TV 네트워크 및 종합정보통신망(ISDN) 등 고속 네트워크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적극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고도화를 통해 막힘없는 전자상거래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xDSL은 데이터 전송속도에 따라 비대칭(ADSL) 속도적응(RADSL) 대칭(SDSL) 고속(HDSL) 초고속(VDSL) 등으로 나뉜다. 가장 보편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술은 ADSL로 데이터 수신속도 1.5∼8Mbps, 송신속도 32∼7백68Kbps 정도다. RADSL은 수신속도 6백Kbps∼7Mbps, 송신속도 1백28Kbps∼1Mbps이며 SDSL의 경우 1백60Kbps∼2.048Mbps의 송수신 속도를 보이고 있다. HDSL은 대략 1.5∼2.048Mbps로 T1/E1급 전용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되며 VDSL의 수신속도는 51Mbps, 송신속도는 1.6Mbps급이다.

 케이블TV 회선을 케이블모뎀으로 접속, 인터넷·PC통신을 활용하는 네트워크는 최대 30Mbps의 고속을 제공한다. ISDN의 경우 최대 1백28Kbps까지다.

 모든 사람이 물건을 사고파는 풀뿌리 전자상거래는 고속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전세계를 덮을 때 가능하다.

 네트워크를 통한 인터넷에서 멀티미디어 데이터로 형상화된 물건을 고르고 지불시스템을 통해 물건값을 치르는 데 필요한 것은 고속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기업간, 기업과 국가간, 국가와 국가간에 발생하는 전자상거래만을 염두에 둘 경우 네트워크의 고도화는 사실 필요없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의 궁극적인 목표가 전국민 또는 전세계 사람들을 디지털 경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면 이것은 필수조건이다.

 정보시대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의 경우 ISDN·케이블TV망·ADSL 등 고속 가입자회선의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와 함께 꿈의 통신으로 불리는 비동기전송방식(ATM) 네트워크의 구축도 꾸준하게 추진중이다. 미국은 특히 2000년을 목표로 차세대 인터넷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인터넷Ⅱ」로 명명된 차세대 인터넷은 미국내 모든 기관·학교·가정을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시키게 될 것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미국은 인터넷은 물론 전자상거래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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