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 디지털TV 핵심기술 취약

 차세대 가정용 정보단말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TV의 주요 원천기술에 대한 국내특허를 외국업체들이 독식, 국내 전자업계의 핵심기술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8일 특허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니·필립스·톰슨·마쓰시타·RCA·AT&T·GE 등 세계 굴지의 전자업체들이 △전송 △변복조(코딩 및 디코딩기술) △채널코딩(채널암호화) △다중화 △신호처리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TV 관련 핵심기술에 대한 국내특허 취득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디지털TV의 상용화가 본격화, 향후 대폭적인 수요증가가 발생할 경우 고액의 특허료를 요구하고, 미국·일본·유럽업체들과 함께 디지털TV 개발을 추진중인 국내 전자업체들에 대해 경쟁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장차 특허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디지털TV 관련 국내 특허등록 건수는 총 8백26건으로 이 가운데 대우전자(3백3건)·삼성전자(1백17건)·LG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73%인 6백4건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업체는 마쓰시타가 10%를 약간 넘는 87건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보유한 특허는 디지털TV의 기본적인 기술로 현재 세계 전자업체들이 비교적 대등한 기술력을 보이고 있는 채널코딩·다중화·디스플레이 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디지털TV 특허의 핵심인 전송·변복조·신호처리기술 등은 외국업체들이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국내에 특허등록된 신호처리기술은 97년말까지 2백94건에 달하나 필립스(9%)·소니(9%)·마쓰시타(7%)·톰슨(6%)·AT&T(5%)·RCA(3%) 등 선진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으며 국내업체의 등록은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해말까지 77건이 등록된 전송기술 역시 네덜란드 필립스가 전체의 23%로 수위를 기록했고 톰슨이 9%, 마쓰시타가 6%로 2,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업체인 삼성은 전체의 4% 정도를 등록했다. 이와 함께 1백49건이 등록된 변복조기술은 제니스가 15%, 필립스 12%, AT&T 7%, 톰슨 5%, RCA 5% 순으로 등록했으며 삼성은 3% 수준이다. 미국 제니스의 경우 LG전자가 경영권을 갖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내기술로 보기는 어렵다고 특허청은 설명했다.

 특허청 심사4국 영상기기과 이노성 사무관은 『국내업체들이 건수 면에서는 70% 이상 차지하나 대부분 기본적인 것으로 핵심기술이 별로 많지 않아 의미가 없다』며 『디지털TV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외국업체에 대응할 수 있는 유효특허확보와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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