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나는 잠바를 걸치고 유달산 아래 포구 공사장으로 나갔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언덕을 넘어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을 지나갔다. 땅이 얼어 있어 미끄러웠다. 큰길로 나서자 포구가 보였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이 많았고, 일찍 문을 연 슈퍼마켓 앞에서 남자 한 명이 길을 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띌 뿐 거리는 한산했다. 이따금 시내버스가 지나갔지만, 아직 출근시간이 되지 않아선지 버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공사장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일찍 나온 것일까. 나는 관리실로 사용하는 컨테이너박스로 다가갔다. 안에서 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에는 난로를 막 피우고 있어 석탄 냄새가 났다. 젊은 여자가 쇠꼬챙이로 난로 안을 쑤시고 있다가 문쪽을 돌아보았다. 바로 옆 의자에 몸집이 뚱뚱한 남자와 키가 작달막한 남자가 마주 앉아서 해장국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음식이 있는 쟁반 옆에는 반쯤 비어 있는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저기, 여기 십장님을 찾는데요.』
나는 주뼛주뼛하면서 말했다. 키가 작달막한 남자가 물었다.
『왜 그러시오?』
『일을 하려고 합니다.』
『기술자요?』
몸집이 뚱뚱한 남자가 물었다.
『아닙니다. 그냥 막노동을 할까 합니다.』
두 남자는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난로의 불을 살피고 있던 젊은 여자도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코가 빨갛게 부어 있었다.
『필요없어. 사람이 다 찼어.』
뚱뚱한 남자가 반말로 말하며 나가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대로 서서 버티었다.
『막노동에 다 차고 말 것이 어디 있습니까. 그냥 시켜주면 되잖아요? 한 달만 일하고 싶습니다.』
『저 친구 뭐라고 하지?』
뚱뚱한 사내가 말했다.
『그냥 시키래.』
키가 작달막한 사내가 빈정거렸다.
『새로 오신 소장인 모양이지?』
그들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나는 말을 잘못한 것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돌아서기 싫어서 멍하니 서 있자 몸집이 뚱뚱한 사내가 나를 응시하면서 물었다.
『어째서 한 달만 일하겠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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