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정책 당국은 물론 기업인들 심지어 일반인들도 국가경제를 되살리는 대안으로 벤처기업을 꼽고 있다.
그래서 벤처기업 및 벤처제도가 경제부문의 공통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벤처의 개념 및 접근방식 또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실제로 벤처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벤처의 역사적인 뿌리는 13∼14세기경 유럽에 나타난 모험상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당시 정부 혹은 지배계층의 자본력과 자신의 항해술 그리고 선원들의 경험을 결합, 대규모 선단을 조직하고 가까이는 지중해 근방으로, 멀리는 인도에까지 해상무역을 감행 했다.
이 때에는 축적되지 못한 항해술 및 열악한 선박 건조기술로 인도까지의 항해는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사업으로 인식됐으며, 위험도가 높은 만큼 성공에 대한 보상도 상당했다.
즉 선박 등 자본을 제공한 계층과 항해를 성공으로 이끈 선장, 선원들은 각자의 공로만큼 성공의 과실을 분배받았다. 이것이 벤처의 원천적 모습이며 이러한 제도를 기업경영에 철저히 접목시켜 성공적인 제도로 정착시킨 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신화다.
그러면 벤처기업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이며 또 이에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벤처의 본질은 위험분담과 수익보상이라는 개념의 제도적 정착이다. 벤처산업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인 요소는 국가 경제마다 조금씩 다른 상황이 존재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경영진·기술진·금융가·컨설팅 그룹 4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에 따른 위험을 분담하고 있다. 즉 경영진은 초기 자본금과 사업전개에 따른 실패위험, 기술진은 신규사업 참여에 따른 기득권을 잃는 기회손실의 위험, 금융가는 투자지분의 손실위험, 마지막으로 컨설팅 그룹은 자신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사후 보상의 침해위험을 분담한다.
또 이러한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은 철저하게 각자 자신이 분담하는 위험(역할)의 수준에 따른 주식배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제도의 한 가지 특징은 이들 4개 전문가 집단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모두 기업의 성공 이후로 연기돼 있다는 것이다. 즉 모두가 참여해서 이루어놓은 당해 기업이 성공해야만 자신들의 수익을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벤처기업 참여자 각자는 누구 할 것 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맡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면 얻을 것이라고는 실패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여러 가지 방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왔다. 대규모 생산을 통한 규모의 우위를 도모하거나, 관리의 효율화를 통한 비용의 우위 등 여러 가지 경영기법을 도입, 운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게임의 룰이 바뀌어 가고 있다. 시장은 개방되고 우리의 경쟁대상은 같은 제도적 틀 안에서 살아가는 같은 국가내의 기업이 아닌 전혀 다른 생존논리 속에서 경쟁력을 다져온 세계적 기업들이다. 그들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없다면 시장논리를 적용, 창업주까지도 해고할 수 있는 철저한 벤처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의 우리나라 기업 운영 조직으로는 이러한 조직을 당해낼 방법이 없다. 더구나 이것이 완전경쟁의 시장상황이라면 결과는 백전백패일 뿐이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같은 생존논리와 성공논리를 하루빨리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정률 미디어링크 사장〉
많이 본 뉴스
-
1
스타링크 이어 원웹, 韓 온다…위성통신 시대 눈앞
-
2
美 마이크론 HBM3E 16단 양산 준비…차세대 HBM '韓 위협'
-
3
애플페이, 국내 교통카드 연동 '좌초'…수수료 협상이 관건
-
4
단독CS, 서울지점 결국 '해산'...한국서 발 뺀다
-
5
카카오헬스, 매출 120억·15만 다운로드 돌파…日 진출로 '퀀텀 점프'
-
6
LG 임직원만 쓰는 '챗엑사원' 써보니…결과 보여준 배경·이유까지 '술술'
-
7
美매체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 블랙웰 결함에 주문 연기”
-
8
NHN클라우드, 클라우드 자격증 내놨다···시장 주도권 경쟁 가열
-
9
BYD, 전기차 4종 판매 확정…아토3 3190만원·씰 4290만원·돌핀 2600만원·시라이언7 4490만원
-
10
[CES 2025] 삼성SDI, 첨단 각형 배터리·전고체 배터리 공개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