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LG그룹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현대전자와 LG반도체를 합병한다는 원칙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종은 현재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현대-LG 합병사의 2사 체제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될 전망이다.
더욱이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할 경우 이번 합병 추진이 국내외 반도체업계에 미칠 효과는 예상외로 엄청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합병 이후 현대-LG 합병사의 반도체 생산능력이 어느 수준이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선 단순 산술적으로만 계산한다면 합병사의 생산능력은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덩치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현재 생산능력은 주력제품인 64MD램의 경우 각각 월 7백만∼8백만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현재 월 1천5백만개의 능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단번에 뛰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16MD램의 경우 오히려 삼성전자보다 합병사의 생산능력이 훨씬 앞서게 될 것으로 보여 시장 장악력 면에서 합병사가 우위에 설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때문에 합병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1, 2위 자리를 모두 국내업체들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엄청나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으로 가져올 또 하나의 기대감은 양사가 동일 계열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LG반도체의 경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가장 유력한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다이렉트 램버스 D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현대전자는 현재의 시장 주력품인 싱크로너스 D램과 차세대 제품인 1백28M 및 2백56MD램의 양산 기술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합병 결정으로 양사 모두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이 반감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합병사는 대폭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반도체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D램 산업이 예전의 장치산업 성격에서 기술주도적인 산업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아래 조단위 투자를 필요로 하는 차세대 기술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은 이번 합병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공정에 의해 경쟁력 우열이 좌우된다는 현실을 고려할 경우 상당히 많은 어려움도 돌출할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다른 장비와 공정을 사용하는 양사의 생산라인을 정비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양사는 최근 계속되는 반도체시장의 불황으로 각각 9조원과 6조원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구조조정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 부실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잔존하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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