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오코리아 사장
많은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은 획기적인 제품개발을 꿈꾸며 혼신의 정열을 쏟고 있다. 인류에게 유용될 SW개발에 대한 착상, 개발완성까지의 노력 그리고 성공적인 제품사용의 확산을 이루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개발에 대한 열정 그리고 행운이 따라야 가능할 것이다.
한글과컴퓨터사의 한글 제품개발은 이러한 성공요인을 모두 갖춘 완벽한 성공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한컴사태」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 SW시장에서는 결코 성공을 보장해줄 수 없음을 증명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이러한 시장상황을 감안하고도 젊음과 정열을 바칠 우수한 개발자들이 몇이나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러한 우리나라 현실과는 대비되는 미국의 예를 보자. 미국의 경제력을 절대강국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영화산업과 SW산업의 기여도가 가장 컸다. 비지오사 역시 이러한 예라 할 수 있다. 비지오사는 7년 전 두 명의 창업동지가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벤처기업으로 연간 2천5백억원을 벌어들이는, 그것도 절반 이상을 외국시장에서 벌어들이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시장에서 이들의 제품이 시판됐을 때 제품 구매자가 빠르게 확산됐고 이는 바로 매출증대로 이어져 기업의 성장을 이루게 됐다. 즉 「좋은 제품은 잘 팔리는」 시장구조였기에 작은 벤처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잘 나가던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불법복제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같이 노동력이 풍부한 산업구조 사회에서 SW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이번 한컴사태를 지켜본 SW업계 전문가들은 제도적 개혁이 따라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한글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단편적인 방법론만이 제시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글을 살려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한글을 죽였던 원인을 없애는 근본적인 제도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선행돼야 할 점은 SW사용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개발한 소중한 제품을 불법복제해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요즘 전산관련 유통업계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품SW 사용의 정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W개발업체에서도 개인 사용자나 복수 사용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제시가 불법사용을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여기고 적정한 가격제시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제 정부에서도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강구, 시행해야 한다. 정부기관에서 책정한 SW 구입예산이 하드웨어 구입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도 SW에 대한 인식이 바르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염려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이루어져야만 스포츠나 예술계에서만 탄생해왔던 신데렐라가 우리나라 SW업계에서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은 벤처기업이 회사를 키우고 전세계 외화를 벌어들이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우리 SW사용자들만이 한국의 빌 게이츠를 만들 수 있고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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