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선 HDTV방송 "지지부진"

 올 11월부터 미국의 주요 공중파방송사들이 고선명(HD)TV 방송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케이블TV업계와 가전업계·공중파방송사간의 미루기와 의무재전송(must-carry) 문제로 케이블TV망을 통한 HDTV방송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국 가구 중 68%가 케이블TV에 가입하고 있어 케이블TV망을 통한 HDTV 방송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 HDTV 수상기 판매와 앞으로의 HDTV 방송계획에 치명적인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케이블망을 통한 HDTV 방송을 위해서는 케이블TV사업자들이 HDTV 방송을 처음부터 전송하거나 또는 가전업체들이 자사의 HDTV 수상기에 HDTV 신호를 수신받을 수 있는 디코더를 탑재하는 방법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관련업계는 비용문제를 들어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케이블TV업계와 가전업계간의 미루기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케이블TV 가입자들은 대당 가격이 5천달러에 이르고 있는 HDTV 수상기를 구입하는 것 외에 대당 1천∼3천달러에 이르는 고가의 디코더를 별도로 구입해야만 HDTV를 시청할 수 있어 HDTV 상용화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디코더 등 다른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도 HDTV 수상기와 케이블망을 직접 연결해 HDTV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IEEE 1394」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EEE 1394가 케이블TV업계와 가전업체간의 공방을 종식시킬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추가적인 프로토콜 기준 마련 등 기술적인 문제로 내년 연말경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급해진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케너드 회장은 전미케이블TV협회(NCTA)와 가전업체협회(CEMA)에 HDTV 수상기를 구입하는 케이블가입자를 위해 양 업계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이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FCC가 직접 이 문제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케이블TV업계와 가전업체의 미루기 외에 의무재전송 규정 또한 케이블TV망을 통한 HDTV방송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의무재전송이란 주요 아날로그TV 프로그램을 케이블TV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케이블TV망을 통해 전송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ABC·NBC·CBS 등 공중파방송사들은 아날로그 방송에 이어 HDTV 방송도 케이블TV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전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케이블TV사업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아날로그와 HDTV 방송을 모두 전송하게 되면 HDTV방송을 위한 여분의 채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기 있는 채널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광고량과 케이블TV 가입자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고가의 HDTV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HDTV 시청자를 위해 기존 케이블TV고객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중파방송사들은 미국 TV보유 가정의 3분의 2가 케이블TV에 가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의무 재전송 규정을 준수치 않을 경우 HDTV 계획 자체가 실패로 끝나게 된다며 의무재전송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업계간의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케이블TV 사업자는 공중파로 전파되는 HDTV 방송에 비해 케이블망으로 전파되는 HDTV 방송이 화질·음질 등에서 기존 공중파에 비해 성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케이블TV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나왔다.

 공중파방송사들은 케이블TV 사업자들의 HDTV 방송 의지에 강한 의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이같은 주장은 HDTV 방송프로그램을 거부키 위해서라고 케이블업계를 반박하는 한편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촉구했다.

 미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간의 공방이 빠른 시간 내에 종결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HDTV 상용화를 앞당겨야만 최근 침체되고 있는 가전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컴퓨터·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기반의 HDTV 콘텐츠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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