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지령 3000호 기념] "제5의 매체" 인터넷-PC통신

올초 PC통신 게시판은 MBC-TV의 한 아침프로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가 도입부에서 「PC통신에서 주부들의 채팅이 불륜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를 본 주부 PC통신 이용자들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도 이 발언에 항의하는 게시물을 올렸고 결국 방송국측은 문제의 발언을 정식으로 사과하는 방송을 내보내야 했다.

『만약 방송에서 문제삼은 분야가 PC통신이 아닌 다른 분야였다면 1회성 발언과 항의로 그치고 말았을 겁니다. 그러나 온라인 서비스는 남다른 전파력을 가지고 있지요. 방송국에서도 그 힘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한 PC통신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PC통신은 어느 단체가 기관 못지않게 방송이나 신문의 모니터 요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무자들은 『어떤 매체보다 PC통신 이용자들의 평가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PC통신이 여론을 나타내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같은 PC통신의 「힘」 덕분에 이용자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게시판은 심각한 사회문제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하이텔에는 한 초등학교 교사의 가혹한 체벌을 고발한 학부모의 글이 실려 교사의 체벌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초등생 부모의 사연」이란 제목의 이 글은 며칠 만에 조회 건수가 2만 여건에 달할 만큼 관심을 불러모았으며 각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교장을 문책하는 등의 중징계 조치를 했다.

이외에도 PC통신의 게시판이나 인터넷의 뉴스그룹의 이슈가 발단이 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예는 수없이 많다. 인기 가수들의 표절시비는 대부분 PC통신에서 먼저 화제로 떠올랐고 유행어의 전파자 역시 PC통신이다. 또 수해나 선거 등 중요한 일이 생기면 이에 대한 의견과 새로운 뉴스를 올리는 이용자들로 PC통신의 게시판이 제일 먼저 달아오르곤 했다.

PC통신과 인터넷이 이처럼 여론의 동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중요성이 높아지자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각 신문사와 방송국 등 언론사들은 중요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PC통신의 게시판부터 살펴본다. 이용자들이 올린 글을 통해 여론의 동향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PC통신 게시판을 이용하면 글의 출처를 인용하기도 쉽고 비교적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쉽게 검색해볼 수 있다』는 게 담당자들의 말이다.

특히 일부 언론사들은 특정 이슈에 대한 이용자의 생각을 더욱 폭넓게 수집하기 위해 「온라인 리서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리서치는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이용하는 조사방법과 달리 PC통신이나 인터넷 같은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는 것으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응답자가 네티즌에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주제에 관해 여론조사를 할 수 있다.

기업들도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온라인 이용자들에게 사전 검증을 받는다. 영화 개봉전에 PC통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개최하거나 홍보사이트를 여는 것은 이미 일반화한지 오래다. 휴대폰이나 PC 등 신제품도 미리 PC통신의 관련 동호회원들을 대상으로 사전설명회를 개최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PC통신이나 인터넷 게시판의 활성화는 그동안 상대적 약자였던 국민, 이용자, 독자 등 수요층의 권익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동안 제도적 틀에 막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었던 일반인들의 입과 귀가 돼 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온라인 문화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게시판의 역기능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이 돼 있는 느낌입니다. 내용도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고요. 특히 여러사람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가 대두될 때는 욕설까지 오가죠』 한 이용자의 말이다.

전문가들도 PC통신이나 인터넷이 진정한 여론전달 매체가 되려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윤옥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