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크게 위축된 시장 환경속에서 품귀현상까지 일으켰던 소니의 대히트작 「바이오505」. 이 제품이 발단이 된 B5 초박형 노트북 PC 개발 경쟁이 최근 일본 PC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일본시장에 출하된 B5 초박형 노트북 PC의 종류는 모두 4가지. 소니의 「바이오 노트 PCG-505」, NEC의 「라비에NX LB20/30A」, 도시바의 「다이나북SS 포테제 3010CT」, 샤프의 「메비우스 노트 PJ」가 그것으로 이들 제품들은 모두 휴대를 전제로 하는 「노트북PC다운 노트북 PC」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일본 노트북PC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4개사 제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한 깔끔한 디자인, 20㎜ 전후의 초박형, 1㎏ 전후의 초경량이라는 공통된 테마를 갖고 출발한 만큼 그 외관도 언뜻 보기에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다.
그러나 닮은 것은 외관만이 아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예정된 한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제품들이 채용하고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모두 인텔의 펜티엄이다. 인텔의 주력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이미 지난 4월 출시된 「펜티엄Ⅱ」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박형 노트북 PC는 펜티엄Ⅱ가 아닌 펜티엄을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펜티엄Ⅱ가 아닌 펜티엄을 사용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4개사 가운데 두께가 가장 얇은 19.8㎜ 노트북PC를 개발한 도시바는 『펜티엄Ⅱ는 너무 두껍기 때문에 박형 노트북 PC에는 채용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인텔이 주변 칩 세트의 사양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PC제조업체측에서는 두께를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펜티엄은 테이프 캐리어 팩키지(TCP)라고 불리는 얇은 필름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얹은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그 두께가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펜티엄Ⅱ는 캐시메모리와 함께 미니 캐트리지에 수납돼 있어 두께가 약 5㎜에 이른다. 두께 5㎜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해서는 20㎜ 전후의 초박형 노트북 PC를 제작할 수 없다는 게 제조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인텔의 펜티엄은 현행 최상위 기종인 클록 주파수 2백66㎒ 제품을 마지막으로 신제품 개발을 중단하는 한편 생산규모도 축소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펜티엄Ⅱ는 올 후반 3백㎒ 내년 상반기 3백33㎒ 제품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박형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 할지라도 점차 시장에서 사라져가는 부품을 채용하는 한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인텔은 최근 「펜티엄Ⅱ의 미니 캐트리지 자체를 얇게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기존 필름방식 수준의 두께를 실현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캐시메모리 등을 포함하고 있는 현 구조상 펜티엄Ⅱ를 필름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도 사실상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성 또한 없다.
인텔은 펜티엄Ⅱ 출시를 계기로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모두 캐트리지방식과 슬롯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들 방식은 기존과 달리 그 형태과 기술이 라이선스로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칩 세트 업체가 자유롭게 독자제품을 만든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텔과 라이선스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펜티엄Ⅱ 칩 세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정보공개가 늦어지고 있어 현 상태에서는 순정 칩 세트를 사용하는 방법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PC 제조업체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펜티엄보다 한단계 앞선 펜티엄Ⅱ를 20㎜ 전후 두께의 초박형 노트북 PC에 채용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20㎜ 초박형 노트북 PC의 컨셉을 무시하고 펜티엄Ⅱ를 탑재한 40㎜ 이상 두께의 노트북 PC를 내 놓는다는 것도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무의미하다. 두께 40㎜ 의 펜티엄Ⅱ 탑재 노트북 PC는 기존 노트북PC로 구분돼 최근 유행하고 있는 초박형 노트북PC 대열에는 명함 조차 내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니가 「바이오505」의 여세를 몰아 펜티엄Ⅱ를 탑재한 「PCG808」을 내놓았으나 두께가 46㎜에 이른다는 점 때문에 505 후속이라는 이미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초박형 노트북 PC의 한계는 사실상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인텔 독점 구조에서 출발한다. 즉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무기로 칩 세트와 주기판에서도 독점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인텔의 움직임은 초박형 노트북 PC의 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PC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초박형 노트북 PC. 일본 특유의 축소지향 성향과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고 있으나 펜티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와 펜티엄의 퇴조라는 현실 속에서 서서히 한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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