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에이서 거듭나기 한창

대만 최대이자 세계 3번째의 PC생산업체인 에이서 그룹이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새로운 사업방향 설정 등으로 거듭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처해 전열을 새롭게 정비함으로써 세계 PC 선도업체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그동안 다소 둔화됐던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지상과제의 실현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최근 착수한 조직개편은 제2의 창업에 가까운 고강도 조치로 단순 PC판매에서 나아가 고객중심의 종합서비스업체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에이서 그룹은 「헤쳐 모여」를 통해 5개의 서브그룹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룹 핵심인 PC생산 전담의 에이서 인포메이션 프로덕츠그룹(AIPG)과 고객서비스업무를 전담할 에이서 인터내셔널 서비스그룹(AISG), 반도체사업의 에이서 세미컨덕터그룹(ASG), 주변기기, 디스플레이 등을 총괄할 에이서 패러퍼럴스그룹(APG), 그리고 대만, 중국, 홍콩 등의 영업, 마케팅을 책임질 에이서 서텍 서비스그룹(ASSG)이 그것으로 각 그룹은 산하에 사업별로 2∼5개의 회사를 두게 된다.

이와 함께 유럽, 미국 현지법인인 에이서 유럽과 에이서 아메리카는 최대조직인 AIPG로 통합된다.

특히 AISG의 신설은 이번 조직개편이 서비스체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제품의 마진율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부가가치 서비스에 주력하는 PC업계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에이서는 이 서비스그룹을 통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지적재산권 확보에도 더욱 힘쓸 방침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또하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스탠시 회장의 행보다.

에이서 그룹의 총수이자 그룹 최대조직인 대만 에이서사(AI)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스탠시 회장은 이번에 AIPG산하로 흡수된 AI를 시몬 린에게 넘기고 대신 반도체그룹(ASG)의 CEO를 맡았다. 이는 현재 반도체시장 침체와 더불어 수익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이 사업을 직접 챙김으로써 정상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결단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향후 은퇴에 대비, 핵심그룹인 AIPG를 린CEO에게 맡김으로써 후계구도의 윤곽을 마련한 것일지 모른다는 분석도 낳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스탠시 회장이 맡게 된 반도체그룹은 이를 계기로 새로운 기로에 놓이게 된다.

메모리 시황악화로 그룹 매출 둔화의 주범이었던 반도체사업이 스탠시 회장의 직접적인 지휘권에 들어감으로써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여전히 그룹의 천덕꾸러기로 남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ASG는 TI에이서에서 합작파트너인 미국 TI의 자본을 청산한 후 이름을 바꾼 에이서 반도체제조사(ASMI)를 비롯, IC테스트업체인 에이서 테스팅, 메모리 모듈생산업체인 아페이서 테크놀로지 등을 산하에 두게 된다.

이 중 반도체그룹의 핵심조직인 ASMI는 단순 D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 로직제품과 IC웨이퍼의 파운드리체제로 전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나 싱가포르의 차터드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주요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파운드리사업 역시 전반적인 반도체시장의 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IC사업도 에이서가 마케팅이나 영업부분에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취약점으로 남아 있다.

TI에이서 시절에도 에이서는 생산만 담당하고 생산량의 50%는 TI에, 50%는 자체 그룹내 조달에 충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탠시 회장이 사업생명을 걸고 직접 경영일선에 나설 정도인 만큼 반도체그룹은 향후 에이서의 미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서는 또 주력인 PC사업도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에이서의 데스크톱 제품의 경우 가정용은 모두 「아스파이어」로, 기업용은 「파워메이트」의 두 개 그룹으로 통합될 방침이다. 또 「익스텐사」는 노트북PC의 대표적인 모델로, 「트래블메이트」는 미니노트북PC 브랜드로 새단장한다.

이와 함께 에이서가 PC틈새시장을 노리고 만든 전략제품 「엑스컴퓨터(XCs)」는 내년 2, 4분기 중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전용 단말기 시장을 공략하게 될 것이다.

특히 XC에 대한 스탠시 회장의 애착은 각별하다.

교육, 게임, 홈뱅킹, 세트톱박스, 인터넷 접속 등 특정용도에 초점을 맞춘 XC는 지난해 개념이 새롭게 공개된 후 올 6월 미국에서 5가지 하드웨어 플랫폼이 발표되는 등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 서서히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스탠시 회장은 이 XC가 PC의 대체품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굳이 컴퓨터라는 이름대신 중립적인 「단말기(디바이스)」라고 부른다. 즉 틈새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오는 2010년까지 XC생산액이 1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강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그때까지 에이서 자체에서 전체 시장의 10% 정도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통신, 금융업체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이 XC가 향후 10년내에 에이서의 매출을 3배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이서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PC업체로, 세계 5번째 노트북PC 생산업체로, 세계 PC판매 7위업체로 세계시장에서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이서가 새로운 도전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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