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유통이 가전업체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대우전자의 29인치 컬러TV를 헐값에 월마트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신용유통의 제품공급이 각종 전자제품의 가격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아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한국신용유통은 월마트에 29인치 컬러TV DTQ-2956FWS를 1천18대 공급했다. 이 회사는 대우전자가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이 제품이 일선 유통점에 2천대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 이를 월마트에 싼 가격에 공급하기로 하고 대리점별로 나눠 납품하도록 했다. DTQ-2956FWS의 공급가격은 42만4천원선. 이는 대리점의 공급가보다 4만~5만원 정도 싸다. 한신유통은 이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경우 일선 유통점에 있는 재고를 모두 처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월마트가 E마트와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1천대가 넘는 29인치 TV를 눈깜짝할 사이에 모두 판매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신용유통은 그동안 60여대의 대우TV를 재고로 갖고 있던 전자랜드21이 이에 거세게 항의하자 이들 재고까지 선뜻 반품 처리해주었다. 현재의 판매상황만을 놓고 보면 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과 경쟁이다. 한국신용유통은 월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월마트가 29인치 TV를 매입가 이하에 팔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E마트가 월마트와 경쟁을 고려해 동일제품의 가격을 더 내릴지에 대해서도 생각지 못했다.
한 매장에서 저가에 판매되는 상품이라면 초저가 기획상품 정도로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한신유통은 바로 이같은 점을 고려해 E마트의 제품 공급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E마트와 킴스클럽까지 DTQ-2956FWS 재고를 갖고 가격경쟁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신유통은 당황스러워했다. 그래서 한신유통은 월마트에 29인치 TV를 더이상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매입가 이하의 제품판매 중지를 담보하지 않는 한 제품을 공급이 어렵다고도 통보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신유통이 이렇게 당황해하는 것은 눈가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월마트에서 제품을 매입가 이상에 팔든 이하에 팔든 상관없이 한신유통의 매출에는 별영향이 없을 뿐 아니라 이 제품이 월마트를 포함해 할인점 공급모델로 결정돼 있는 것이어서 일선 유통점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신용유통이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제품공급에 자신감을 얻어 할인점용 공급모델을 앞당겨 출시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한신유통이 이처럼 창고용 할인점의 제품공급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LG전자와 삼성전자와 달리 직영점 중심의 유통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신유통은 올해 초 대우전자에서 전속대리점들을 이관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 대리점의 매출은 전체매출의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회사는 이들 대리점의 눈치를 볼 필요가 거의 없다. 직영점은 하이마트처럼 혼매 양판체제를 전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조신전기나 베스트전기와 같은 양판유통 사업을 펼칠 것이란 게 업계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한신유통이 월마트에 29인치 TV를 공급한 이유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국신용유통은 외국 창고형 할인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계 할인점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에만 많은 물량의 제품을 공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장삿속만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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