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의료정보시스템] 의료분야 "Y2k" 문제

컴퓨터 2000년(Y2k)문제란 컴퓨터 보급 초기에 메모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4자리수 연도를 뒤의 2자리로 줄여 표기함으로써 반도체 칩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이 2000년을 1900년으로 오인해 생기는 각종 문제를 말한다.

Y2k문제의 특징은 시한이 한정돼 있어 문제해결을 원하는 수요자는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반면 공급자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이 문제는 하드웨어, 주전산기, 패키지, 응용소프트웨어, 통신 등 대부분의 정보시스템 구성요소에서 발생할 수 있고 해결비용도 만만치 않으며 사회전반에 걸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는 「금세기 최후의 재앙」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특히 의료부문에서의 Y2k문제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오류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황조사와 영향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하고 프로그램 수정 및 검증단계를 거쳐 시험운영을 마쳐야 하는데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조직적으로 문제해결에 착수한 병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 대한의료정보학회 및 병원 전산담당자들의 고백이다.

우선 의료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Y2k문제와 여파를 살펴보면 나이, 성별, 날짜계산의 오류에 따른 문제가 대표적이다.

나이계산의 오류를 보면 2000년 이후 대개 생년월일을 00년 00월 00일로 관리하고 있는 모든 의료정보시스템의 자료는 나이계산이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98년 8월 30일에 90년 7월 1일생 환자의 나이를 계산하면 단순히 뺄셈을 하면 되므로 나이는 10년 1개월 29일로 계산될 것이다.

하지만 2001년 8월 30일에 90년 7월 1일생 환자의 나이를 계산할 때 Y2k문제 해결없이 단순 뺄셈으로 한다면 01년 8월 30일에서 계산되므로 결과가 음수가 나오게 되어 나이계산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소아의 경우 현재 몇개월인지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의약품 투여량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자칫 투여량에 오류가 있게 되면 소아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2000년 이후 1900년대 출생아의 나이계산에 오류가 발생하게 되며 노인과 소아가 같은 연령으로 취급돼 처방 및 진료에 중대한 오류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Y2k문제 해결 없이는 나이에 따라 투여량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점검하는 소프트웨어의 결과가 전부 잘못 도출된다.

비단 소아가 아니더라도 2001년에 1990년 태생의 환자, 1970년 태생의 환자를 진료할 때 현재 나이의 계산에 오류가 발생하게 되어 나이별로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의약품의 투여량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의문이다. 또 소아의 경우 적절한 예방접종이 필수적이고 많은 소아과가 자동으로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안내문을 발송해 예방접종을 권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Y2k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할 환자의 리스트를 얻기 어려움은 물론 노인들에게 예방접종관련 안내문이 배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성별계산의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면 2000년 이후 주민등록번호 첫번째 숫자가 3이면 남자, 4면 여자로 분류한다고 하는데 기존의 모든 소프트웨어는 1이면 남자, 2면 여자로 분류되어 있다. 따라서 Y2k문제에 대한 조처가 없다면 여자, 남자의 구별이 데이터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신규환자정보의 입력조차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대개 주민등록번호 입력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남녀를 구분하는 난이 있어 1, 2 이외의 숫자 입력시 이를 알려주는 기능을 많이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검사나 처방, 혹은 여자만을 위한 검사나 처방이 잘못 내려질 수 있고 또 DM으로 잘못된 검사에 대한 안내문이 전달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직장에서 매년 실시하는 정기종합검진에 남자에게 불필요한 검사항목이 기재된 검사용지를 배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날짜계산의 오류에서 발생할 문제는 보다 다양하다. 나이계산과 마찬가지로 현재 날짜와 과거 날짜의 계산이 2000년 이후에는 결과가 음수로 나오게 되거나 자료의 정렬시 2000년과 1900년을 구분하지 못해 정렬의 오류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대개 환자를 진료하기 앞서 진료기록을 참조할 때 최근 진료기록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Y2k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의료정보시스템에서 진료기록의 분류에 오류가 발생해 가장 최근에 온 기록이 가장 먼저 온 기록으로 분류될 것이다.

또한 환자의 건강관리와 의약품 투여에 있어서 최근 일정기간 특정의약품 과다사용 여부 판가름 혹은 특정 검사의 과다로 인한 피해를 분석할 필요가 있게 된다. 그러나 Y2k문제는 2000년 이후의 검사, 처방자료가 집계에 누락되어 부정확한 자료를 제시하게 되므로 의약품 남용, 방사선 과대노출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대개 의료보험 대상인지는 바로 현재 날짜와 의료보험료 납입에 따른 급여기간을 비교하게 되는데 Y2k로 인한 날짜계산의 오류는 급여대상자인지 아닌지의 판정에 오류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환자가 의료보험혜택을 못받는 것으로 판정될 수도 있으며, 요양기관의 청구가 삭감 혹은 반송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국가보건 통계자료의 오류가 발생할 것이다. 연령별 질병, 사망, 사고 분포의 통계인 경우 연령계산이 뒤죽박죽이 되어 아이와 어른이 섞이게 되거나, 계산자체가 불가능해 시스템이 중단될 것이다.

이같은 일이 현실화할 경우 병원업무의 마비는 물론 몸이 아프더라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특히 Y2k문제는 단위시스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서버 개념의 도입과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공동활용 추세로 인해 한 지역의 데이터상에 연도문제가 없다고 해도 타 시스템에서 Y2k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 문제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총체적인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풀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부터 범 정부차원에서 Y2k문제 해결을 위해 국무조정실에 「컴퓨터 2000년문제 대책협의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는 것과 별도로 의료분야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는 최근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 대한병원협회, 의료계, 의료기기업체, 전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검토회의를 열고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을 반장으로 하는 2000년문제 대책반을 운영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경우 주전산기, 운용체계(OS), PC 등 모든 부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응용프로그램 및 데이터의 경우도 대부분의 기관에서 자체 해결이 가능하고 의료보험도 현재 의료보험종합전산망 구축사업을 추진중에 있어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결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한병원협회는 3백16개 병원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자체해결 또는 외부해결을 했거나 해당사항이 없지만 의료기기 가운데 임상검사장비, 초음파 영상진단기, CT, MRI, 생화학분석기, 내시경 등에서는 문제발생 소지가 높아 전국 병원에 Y2k문제의 심각성을 인지시키고 대응방법을 강구토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병원 자체적으로 기기를 교체할 경우 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교체금액을 지원해줄 것과 소프트웨어 해결시 인원 및 비용을 보조해줄 것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복지부 및 병원협회의 발표내용을 전해들은 한 대학병원의 전산담당 교수는 『의료정보시스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의료분야의 Y2k문제가 너무나 심각해 병원 당국에 지금이라도 대책마련에 착수하자는 얘기조차 꺼내기 어려우며, 실제 대다수 병원들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전문인력 및 자금이 부족해 속수무책』이라며 『Y2k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없는 상당수 병원에서 어떤 방법으로 Y2k문제를 해결했는지, 아니면 무슨 근거로 이같은 내용이 도출됐는지, 이같은 발표내용을 믿을 사람은 의료정보시스템 담당자 중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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