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의료정보시스템] 만성 소화불랑 걸린 원무행정에 "메스"

『2005년 8월 17일 5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도 2년 전 미국 현지법인장으로 파견나가 실버타운에서 혼자 살고 있는 81세의 신대식씨는 저녁식사 후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신씨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병원에 전화를 하고 싶었으나 생각과는 달리 손가락 하나도 꼼짝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원격의료센터의 상황실 모니터에 적색등이 켜졌다. 이어 상황실 모니터에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신씨의 모습이 나타나고 각종 신체 상태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혈압 0, 맥박 0, 호흡 0, 혈액내 이산화탄소 급속 증가 등의 응급 메시지가 떴다. 분명한 심장마비였다. 늦어도 5분 내에 손을 쓰지 않으면 신씨는 사망할 것이 분명했다.

긴장한 상황실 담당요원이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심폐소생술 버튼을 눌렀다. 순간 신씨의 가슴에 부착돼 있던 심전도 전극에 전기충격이 가해졌다. 신씨는 잠옷 같이 편한 옷이지만 원격의료센터와 연결된 각종 모니터링 장치와 응급 치료장치가 부착된 특수 치료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모니터로 확인해 보니 한 번 움찔했던 신씨의 심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담당 요원은 다시 한 번 전압을 조정한 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신씨의 심전도가 날카로운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혈압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담당요원은 응급구조요원에게 출동 명령을 내리고 실버타운의 응급실에 알려 간단한 치료를 받게 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지 꼭 4분만이다.』

젊은 의사들의 모임인 「청년의사」측이 제공한 이 가상 시나리오는 의료정보시스템의 혜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결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급속하게 발달하는 정보통신 및 의료 분야의 기술력은 충분히 이같은 일을 실현할 수 있고 현재도 단편적으로 시현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의료계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크게 늘어난 환차손 부담과 진료 재료대 상승 및 조달 차질, 진료수익 감소, 인건비 부담 증대 등에다 의료시장 개방까지 맞물려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병원 경쟁력의 관건은 결국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 세계 의료계 종사자들의 일치된 견해인 것을 감안하면 의료기관의 의료정보시스템 도입은 시기가 문제일 뿐이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세인 것으로 보인다.

의료정보시스템은 크게 각종 의료 영상데이터를 수집, 저장 및 전송하는 PACS와 임상기기와 인터페이스를 통한 LIS(Laboratory Information System), 환자의 증상이나 각종 병력 데이터를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원무관리자가 공유하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원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HIS(Hospital Information System), 의사의 처방을 자동적으로 약국, 원무과로 전달하는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약국을 자동화하는 ATD(Automatic Tablet Distributor) 등으로 나뉜다.

이들 시스템은 상호 연계되면서 정보와 돈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의료서비스의 향상과 원가절감 및 환자 대기시간 단축을 가능케 하는데 이는 곧 병원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지난해 주한 미국대사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정보시스템 시장 규모는 96년 6천8백만달러, 97년 1억달러에 이어 올해 약 36%의 고도성장이 예상되며 특히 PACS는 향후 2~3년 동안 매년 5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이 보고서는 IMF 관리체제 이전의 시점에서 작성된 것이어서 현재의 상황과는 괴리감이 있지만 경제 여건만 호전되면 밀려있던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 조한익 교수는 『복지사회, 정보화사회, 쾌적한 환경 건설을 21세기 국가 지표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중 세 가지 모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의료정보화가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며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 변화도 가장 클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시점에서 열리는 「제9차 세계의료정보학술총회(MedInfo 98)」는 세계 의료정보시스템 관련 기술 동향을 한 눈에 파악, 의료정보화 마인드 제고는 물론 아직은 낙후돼 있는 국내 의료정보시스템 산업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의료정보 분야의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번 행사는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50여개국에서 약 3천여명이 참가,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들의 기조강연, 의료정보 관련논문 5백여편이 소개되는 연구발표 및 워크숍과 의료정보산업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대한의료정보학회와 국제의료정보학회가 주최하고 전자신문사를 비롯해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서울시, 세계보건기구(WHO)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세계보건의료정보망:21세기를 위한 비전」이라는 주제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 각국의 21세기 의료정보시스템 발전을 위한 치열한 노력들이 소개된다.

특히 코벤인터내셔날이 주관, 19일부터 4일간 KOEX 1층에서 개최하는 의료정보산업 전시회는 국내외 의료정보 관련기업 및 단체들이 대거 참가하는 첨단 신기술의 경연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창순 가천의대 학장은 이 행사의 의의에 대해 『국내 학자들과 세계 각 국의 의료정보 관련 학자 및 관계자들과의 정보교환 및 친목을 통해 우리나라 보건의료 기술의 세계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 보건의료정보 분야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보화사회 구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정보 분야의 활성화의 기회로 궁국적으로는 국민보건의료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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