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업의 생존지표

정락 삼테크 이사

그동안 우리 기업의 경영목표는 주로 양적 성장에 맞춰져 있었다. 외형적인 성장을 위해선 수익성을 별로 따지지 않고 은행 돈을 빌려서 사업을 확장했으며 인건비를 포함해 각종 경비지출을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이러한 양적 성장을 추구해 온 업체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기업의 현금유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투자축소와 경비절감, 인력감축 등 갖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를 통해선 어려운 기업의 자금사정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요즘과 같은 IMF체제 아래서 주목해야 할 기업의 경영지표는 바로 현금흐름(Cash Flow)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생존지표라고 할 수 있다.

현금흐름이란 기업의 자기 주머니로 현금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느냐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가령 어느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나타낼 경우 현금유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영업을 위해 자금을 계속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현금흐름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최근 IMF를 맞아 부도를 내고 문을 닫은 많은 기업들의 경영상태를 분석해 보면 일부 기업들이 흑자도산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금흐름은 경영의 진정한 실상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경영자료로 활용해 왔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은 기업의 현금흐름이 주가와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이를 주식투자에 활용하는가 하면 기업의 인수, 합병(M&A) 여부나 기업의 가치평가에도 이를 중요한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선진기업들은 또 현금흐름을 사업구조조정의 기준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몰락을 길을 걷던 GE가 90년 초까지 10여 년 동안 모두 2백6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1백10억 달러 상당의 사업을 매각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것도 바로 현금흐름을 통해 사업구조조정을 이룩한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업의 각 경영지표를 사람과 비교한다면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자산은 「체격」이라 할 수 있고 재산의 증감을 나타내는 손익은 「체력」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비유로 현금의 흐름은 바로 「혈액」에 해당된다. 체격이나 체력이 부족해도 당분간 버틸 수 있지만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곧바로 죽게 된다.

IMF를 맞아 우리 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하는 문제다. 이를 위해선 현금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현재 각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이 현금의 흐름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아무리 장래 투자수익률이 좋고 매출확대에 도움이 되는 사업일지라도 현금이 많이 들면 재빨리 매각하거나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에 대한 투자부담으로 현금흐름이 원활치 못해 기업 전체가 망할지도 모른다. 자금경색이 해소될 때까지는 신규 투자보다 효율화와 현상유지를 위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금흐름 경영의 기본이다.

이러한 점에서 GE 잭 월치 회장이 행한 연설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은 그동안 외형성장 위주의 경영에 주력하다가 IMF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정보통신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만약 5년만 빨리 현금흐름을 알았더라면 GE의 성장을 10년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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