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경기침체 하반기에도 계속"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소비 및 투자위축으로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원화환율의 이상강세로 수출가격경쟁력마저 약화되는 등 국내 산업이 큰 폭으로 침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9일 삼성경제연구원은 「98년 하반기 산업별 전망」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에는 실업의 우려와 자금난, 심리적 불안 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 및 투자위축 현상이 가속화하고 엔화 약세와 원화환율 절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 채산성이 떨어져 가전, 정보통신, 반도체산업을 비롯한 국내 산업 전반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중 내수가 작년 동기대비 28.5%나 감소하고 수출이 수출단가 하락 등으로 9.3% 줄어든 가전산업은 하반기에도 특소세 인하에 따른 수요유발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원화가치 절상에 반해 엔화가 약세를 면치 못해 수출가격경쟁력마저 떨어져 내수와 수출이 각각 25.8%,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주력시장인 동남아 및 동구, 미주시장의 경기침체 및 수입규제 등으로 수출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이 연말 환율을 1천4백원대에 맞추어 상반기에 수출단가를 인하했으나, 최근들어 환율이 빠른 속도로 절상되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전업체들의 내수용 생산라인 가동률은 지난해 88% 수준에서 올 상반기 64%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중 수출감소가 두드러진 분야는 영상기기(-32.2%), 음향기기(-19.9%) 등 AV분야이며 이같은 수출부진은 물량증가에 비해 수출단가 하락(-39.0%)이 크게 작용하고 또 전체 수출의 31%를 차지하는 아시아 및 동구권 수출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중 내수가 13% 감소한 정보통신산업의 경우 하반기에는 윈도98 출시로 정보기기부문의 내수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글윈도98이 하반기에 출시되면 PC의 업그레이드 수요가 증가, PC시장은 최악의 상태는 벗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의 본격화로 정보화 투자가 감소하면서 사무용 정보기기 시장(서버 등)은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동통신 단말부문은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정보통신부문의 내수를 이끌었던 이동통신서비스도 가입자가 1천만명을 돌파하면서 신규수요가 대체수요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채산성도 지속적으로 악화돼 1천달러 미만의 저가 PC가 세계시장에서 주류를 형성함에 따라 PC 주변기기에 대한 수출가격 인하 압력이 가중돼 모니터, HDD, CD롬 드라이브 등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동통신기기 역시 수출물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단가하락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 정보통신산업은 내수가 11.7% 감소에 그치고 수출은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산업의 경우 대만 등 후발업체간 시장확보를 위한 출혈경쟁과 업계의 공정기술, 생산성 향상 등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는 등 D램 공급과잉(공급과잉률 10~15%) 해소가 지연되면서 하반기 수출이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격도 연초 일시적인 가격안정 이후 하락세가 지속돼 16Mb의 경우 최저 1달러대(1.4달러)에 머물고 있으며 64Mb도 8달러선이 무너져 연말에는 6.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