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소기업] 중소기업 애로 해결책 없나

전자, 정보통신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이 IMF충격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국내 전자, 정보통신산업을 떠받치는 뿌리나 다름없는 이들 중소기업이 IMF 구제금융 사태이후 자금과 기술, 새로운 경영기법 등을 적절하게 공급받지 못해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뿌리에 물과 영양분 등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뿌리가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소기업은 대기업들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자칫 국내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침몰까지 우려되고 있다.

현재 전자, 정보통신분야 중소, 벤처기업들이 안고 있는 경영애로는 자금난을 비롯해 수출 애로, 기술력 미흡, 고급인력 구득난, 시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마케팅능력 부재 등 전반에 걸쳐있다. 지난달 26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애로타개 서울지역 현장민원실엔 9백여개 업체 1천여명의 중소기업인들이 몰려와 갖가지 현장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지원을 호소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자금>

전자, 정보통신분야 중소, 벤처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타분야와 마찬가지로 자금부족이다. 자금난 해결은 곧 중소기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현재 중소, 벤처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관련 부처들이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제공하는 공공자금과 금융권이 제공하는 중소기업특별기금 및 대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공자금의 경우 일부 부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집행되고 있고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을 비롯해 기타 공공자금 등으로 구분되는데 올해중으로 집행되는 공공자금은 외국인근로자 내국인대체 고용기업자금 3천억원, 중소기업, 벤처창업자금 4천여억원 등 모두 2조원이 넘는다. 게다가 시중은행들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각각 적게는 2천억원에서 많게는 4천억원까지 책정해 두고 있다. 심지어 기업은행의 경우 수출 중소기업과 창업 및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2조원의 특별자금을 마련해 집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자금은 다양하고 규모도 크지만 여러가지 제약 요인들로 인해 한낱 그림의 떡일 뿐 중소기업들에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을 괴롭히는 것은 어음결제, 담보대출 등 금융거래 관행. 이같은 고질적인 자금거래 및 자금조달체계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IMF 쇼크이후에는 연이은 대기업 부도와 금융시장의 급속한 경색상황이 빚어지면서 경영여건이 양호한 전자, 정보통신관련 중소기업들조차 흑자도산하거나 연쇄도산하는 등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서는 공공자금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어음제도, 신용대출제도, 신용보증제도, 정책금융제도 등 4가지 제도별 장, 단기적 단계별 정책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자, 정보통신관련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첨단분야를 영위하는 업종으로서 특허 등 담보할 것이 많은 만큼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과 아이디어를 담보로 해서 창업 및 운영자금을 손쉽게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으므로 이들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타업종과 달리 외국투자자들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분야인 만큼 이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진업체와 자본 및 기술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제휴할 경우 해외마케팅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현재 상태에서는 중소기업들도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단기간내 어음제도가 폐지되지 않는 것을 고려,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도 있다. 무분별하게 어음을 남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고 대금을 가급적 현금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측에서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완화를 위한 수취어음의 할인활성화 유도, 어음제도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수취어음의 위험분산 강화 등과 같은 방안들이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수출>

수출로 돌파구를 찾는 전자, 정보통신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IMF한파를 수출로 헤쳐나가겠다는 생존전략이다. 그러나 수출확대도 중소기업으로선 말같이 쉽지 않다. 한번 무너진 금융시스템은 아직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내수부진으로 생산기반이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수출 전문인력이 부족한데다 해외시장정보 수집능력이 떨어져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 정보통신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이 수출을 하면서 느끼는 문제점은 수출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수출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거래 대상국가의 언어구사에서부터 관련법규, 세제 등 각종 제도(관세환급, 무역금융, 원자재수입 등)를 숙지하고 있는 인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중소기업들이 국내 종합상사나 해외 딜러 등을 통한 간접수출을 추진할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수출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해외 수출업무를 전담하는 전문가를 집중 양성하는 한편 동종업체간 또는 협력업체간 공동으로 수출 및 해외시장 개척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중소업체들은 해외시장에 대한 제반정보 수집능력이 떨어져 신기술 도입이나 개발에서 뒤질 수 있으며, 엄청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오히려 사장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보수집창구를 해외전시회와 해외 출판정보서적 및 인터넷 등으로 다양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역협회, KOTRA 등 관계기관의 정보채널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해외 거래선과의 거래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본의 소니와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부품을 조달하거나 기술거래선을 찾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인터넷을 통한 수출 및 기술교류 창구확보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신규 시장개척 가능성이 높은 동구권이나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시장다각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시장다변화만이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을 피할 수 있으며 향후 미래 수출시장 선점도 가능하다. 또한 각국의 수출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해외규격 취득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국제규격에 따라 제품개발을 추진,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로 높여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출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및 제도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 투자진흥대책회의에서 대기업 발급 구매승인서를 가진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금융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혀 중소업체들의 무역에 활로가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지침과 정책들이 은행 일선창구에서 그대로 집행될 것인가가 의문시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창구에서는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정부방침을 실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이같은 일이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정부는 이같은 정책들이 중소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전자, 정보통신기업들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품질을 높이거나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규시장 개척과 직결되는 마케팅능력 향상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요소다. 수출시장의 상품구매 변화를 예측하고 발빠르게 대응제품을 개발, 영업을 강화할 때 수출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수출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종합상사의 해외마케팅능력과 정보력을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특히 기술과 아이디어를 주무기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는 벤처기업의 경우 초기에는 해외의 다양한 영업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 상사와의 전략적 제휴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대기업 상사의 막강한 마케팅능력과 벤처의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지난달말 벤처기업과 대기업간의 협력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대기업, 벤처기업간 협력포럼」을 처음으로 개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자, 정보통신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의 장점은 기술력에 있다. 따라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시장을 공략할 때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우기보다 가격결정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남들이 개발하지 않고 만들지 못하는 틈새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든다면 제품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소, 벤처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라면 마케팅적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만 경영자적 마인드는 버려야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을 알면 누구나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사업운영을 도맡아 하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창업주들, 특히 대학생이나 연구원들은 경영에 대한 개념이 없어 기술만 믿고 섣불리 창업하다가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기술마인드에 경영마인드를 결합하거나 아니면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기술과 경영을 분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밖에도 시장경쟁에서 우위확보를 위해 정책결정과정에 필요한 경쟁기업 정보입수 및 분석작업과 같은 경쟁정보(CI:Competitive Intelligence)활동도 요즘들어 선진업체들에 의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요구된다.

<기술.인력>

전자, 정보통신관련 중소, 벤처기업들로선 고급기술인력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고급기능 및 기술인력은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인재가 대기업에 집중돼 좋은 대우를 해줘도 중소기업에 오지 않는다』며 『병역특례자의 중소기업 배정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이들은 『병역특례자들은 의무기간을 마치면 대부분 다른 업체로 옮기는 등 1백%의 이직률을 보여 중소기업은 기술보충대 역할밖에 못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인력의 양극화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중소기업들의 건실한 성장을 담보해 내기 위해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게 오히려 알차다』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병역특례제 개선 등 정부차원의 고급인력 중기지원 유도정책이 강구돼야 한다. 기업들도 스톡옵션제와 같은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든가 종업원지주제, 성과보장, 한국형 노사관계 정립 등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우리 기업의 기술자립성은 턱없이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선진국 기술을 단순히 카피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과당경쟁과 공급과잉, 가격경쟁에 치우쳐 있다. 따라서 틈새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전문성 확보, 아웃소싱 확대, 수평적 기술분업, 원천기술 및 노하우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중소,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돼 있는 「첨단이면 된다」는 첨단기술증후군을 과감히 배격해야 한다. 중소기업체는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추구하다 실패하기 쉽상이다. 기술력도 없이 첨단기술만 추구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범위 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남이 하지 않는 아이템을 찾아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첨단기술이 아니어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해외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형식적인 연구개발에 그쳤던 산, 학, 연, 관의 공동연구도 상호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인 연구활동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이밖에 적은 비용으로도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외국인력 스카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일본, 러시아 등 기술선진국의 퇴역 엔지니어를 영입해 기술고문 등으로 활용해 봄직 하다. 국내기업들이 이들을 영입해 성공을 거둔 실례가 많기 때문이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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