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는 기술로 승부하는 중소기업에는 오히려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입통제시스템이나 버스카드시스템에 사용되는 비접촉식 RF카드리더를 개발해 온 비경시스템 심이섭 사장은 『매출은 줄었지만 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져 직원 수를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 사장이 이처럼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최근 이 회사가 개발, 출시한 RF카드리더 모듈이나 RF카드 등 신제품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무리하게 외부 자금을 쓰지 않고 착실하게 회사를 키워온 덕이 크다.
벤처기업들이 집중돼 있는 구로동 동일테크노타운에 자리한 비경시스템은 입주 당시에 빌렸던 돈도 지난해 IMF 구제금융 신청 이전에 모두 갚아 현재는 은행 빚이 전혀 없는 상태다. 심 사장은 최근 들어 벤처캐피털에서의 투자제의도 들어오고 있지만 『남의 돈 쓰는 데 익숙하지 않아 모두 거절하고 있다』며 자신의 이같은 성격이 IMF 환경에서도 회사를 키울 수 있는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비경시스템의 주력분야인 보안시스템의 경우 국산화율이 10%를 밑돌 정도로 국내 기술이 취약한 산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IMF 이후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보안시스템 시공업체들이 국내 제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동안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술을 축적해 온 중소기업에는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심 사장은 IMF가 가져온 선물 가운데는 「대기업의 위축」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RF카드의 경우 대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환율이 낮았던 과거에는 「수입하는 게 속편해서」, 국산품의 경쟁력이 생긴 현재는 「구조조정에 정신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만으로도 내년 말까지는 인원정리 없이 회사를 꾸릴 수 있다』고 말하는 심 사장은 「중소기업은 기술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신념이 사회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며 더욱 빛을 발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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