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소기업] 외국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대만

계속되는 아시아 경제위기 속에서도 별다른 흔들림없이 안정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대만 경제에 최근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만 경제정책의 철학적 배경은 효율보다는 평등(공정)을 중시하는 손문의 「민생주의」로 경제운용에 있어 무엇보다도 균형과 안정을 중시했다.

이같은 철학이 사적 대자본의 규제라는 형태로 나타났고, 그 결과 중소기업 중심의 내실 는 성장 패턴이 확립되면서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전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대만의 튼튼한 경제 기초는 바로 이 중소기업들의 역할과 그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96년말 현재 대만의 중소기업수는 대만 전체기업수의 98%에 해당하는 1백만개로, 전체 고용의 76%, 전체 매출액의 34%, 전체 수출의 50%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대만 중소기업은 하이테크 산업을 선도할 뿐 아니라 「협조에 의한 발전」을 추구하는 분업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분업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이 체제는 중소기업들이 각각 자사가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를 분명히 하면서 유동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배타적이 아닌 효율적인 분업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같은 중소기업의 체계적인 발달이 바로 경쟁력 있고 유연한 오늘의 대만 경제를 만들어냈고 그 기본적인 토양은 「깨끗한 정부」가 제공했다.

대만 정부는 우선 금리, 물가 등을 안정시켜 중소기업의 경영 위험이 되는 요소들을 없애는 한편 중소기업정책의 기본 방향을 보호나 육성보다는 기업 활동에 대한 제약의 축소와 전반적인 경영환경 개선으로 잡아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게 됐고, 기업인들의 머리속에는 「특혜」와 「규제」에 대한 기대나 부담이 존재하지 않게 됐다.

대만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은 대규모 중소기업 발전기금과 간소한 행정절차, 그리고 공정거래법의 실효성 높은 운영과 정경유착의 고리 사전 제거 등이다.

대만 정부는 약 6천억원의 중소기업 발전기금을 조성해 사업성이 뛰어난 기업에 대해 연리 3∼4%의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융자제도를 투명화해 중소기업들이 사업자 등록증과 인감증명, 회계법인의 감사표만 있으면 우리 돈으로 2억5천만원 정도를 곧바로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정이 개입할 소지를 최소화 했다.

또 관공서의 문턱이 낮아 고압적인 분위기 없이 공무원과 중소기업인이 최선의 방안을 공동 상의하는 것도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한 몫을 했다.

대만 정부는 또 공정거래법 등에 의해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침해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동시에 철강, 조선, 석유 등 주요 부문은 공기업이 담당토록 함으로써 거대기업의 탄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대만 대기업들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의 집합체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손쉬운 창업과 파산, 공장설립과 관련한 간단한 행정절차도 중소기업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대만에는 지난 한해 동안 3만여개의 공장이 문을 닫고 그보다 많은 4만4천여개 공장이 신설됐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사전에 제거하는 대만 특유의 정책도 깨끗한 기업풍토를 밑거름으로 하는 중소기업 성장의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만집권당인 국민당은 자체 사업을 운영해 당의 기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정치자금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다.

정부는 또 공업화 정책 추진시 정책금융보다는 조세감면 수단을 주로 사용함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의 왜곡으로 인한 기업 부실화 위험을 없애는 한편 특정기업에 대한 선별적,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산업 전반에 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마련해 특혜시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풍토에서 성장한 대만의 중소기업은 철저한 자유시장 경쟁 환경속에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거듭했고, 그 결과 대만 경제는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산업 구조를 확립하게 됐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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