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소기업] 전문가 진단.. 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과학기술과 정보화의 진전으로 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면서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 기술과 지식이 가치창출의 핵심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속에서 우리 경제는 지식정보사회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IMF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에 바탕을 둔 미래 지향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화에 도전하는 신기술, 지식집약형 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 신 정부가 벤처기업을 선진 외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국부의 창출원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벤처기업이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국민경제에 활력을 부여하고 미래지향적인 산업구조로의 이행을 주도하는 선도자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역사가 일천해 자칫 선진국의 사례가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목표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과정 모두가 모델이 될 수는 없다.

신정부 출범 이후 매달 1, 2건씩 창업 독려와 규제혁파, 자금지원 등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 육성책이 발표되고 있으나 하나같이 「보이기」식의 정책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존의 벤처기업도 자금난 등으로 도산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신규 벤처창업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정책수행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해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경제위기의 극복」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한국형 벤처기업의 발전단계와 실체적 특성을 감안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벤처기업가의 저변이나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기대수익이 큰 새로운 기술보다는 기존 기술의 개량, 개선에 치중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한국형 벤처기업의 육성전략은 장기적 안목에서 벤처산업 문화형성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현실의 벤처산업 토양을 간과하고 단기간 내에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토양부터 갖추어 나가면서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즉, 신기술 창출기반의 확충 및 벤처캐피탈의 기능 활성화라는 기본전략을 축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현실적 제약의 해소와 벤처산업 발전단계의 점진적, 순차적 상향이동을 지향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가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할 정책방안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벤처기업의 창업을 유도하기 위한 신기술 창출기반의 강화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벤처기업의 본질적 특성은 지식, 기술집약성으로 부터 비롯된 만큼 신규성과 성장성을 내포한 기술적 요소는 벤처기업 육성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기술 창출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수출증대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나아가 기술집약적 벤처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벤처자금의 획기적인 확충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영상 애로사항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자금조달의 문제이다. 벤처기업도 예외일 수는 없다. 벤처기업은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을 쉽게 받을 수 있음에도 벤처기업이 가지는 위험요소로 인해 간접금융의 활용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또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탈을 이용하고 싶지만 자금의 규모가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셋째, 창업투자회사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창투사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에 비해 벤처캐피탈 본연의 기능에 더 충실하기 때문에 벤처기업의 활성화에 창투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창투사가 단순한 투자 기능 뿐 아니라 경영자문과 투자중개 등의 복합적인 서비스 제공과 리스, 팩토링 등의 업무도 수행함으로써 업무영역의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지원금의 확충, 직접금융시장(코스닥)의 활성화, 입지지원 형태의 다양화, 기업가 정신 및 창업교육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소규모 조직에 대한 이해 등 사회적 인식기반의 정립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산업의 기반강화와 자립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육성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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