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통합(SI)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해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라는 직격탄을 맞고 급격한 위축세를 보인 SI시장이 하반기들어 공공부문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아웃소싱시장의 개화와 이에 따른 외국 대형업체들의 본격적인 진입, 그리고 모그룹의 「가지 잘라내기식」의 구조조정 분위기가 가속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는 상당수 업체에 「존립」 자체를 흔드는 악재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새로운 기회시장을 열어주는 호재 역할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이에 따른 대기업, 중소기업간 부침도 불가피해 「퇴출과 급부상」이라는 심각한 후유증도 우려된다. 올 하반기 국내 SI시장의 판도변화를 가져올 변인들을 주요 이슈별로 6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
올 상반기 국내 SI산업은 그야말로 빈사상태에 빠졌었다. IMF가 일차적으로 가져온 투자위축 분위기는 수년간 연평균 40∼50%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SI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예산동결은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대형 프로젝트의 규모축소와 발주지연 사태를 가져왔다. 또 국내 상장사의 70% 정도가 졸지에 부실업체로 전락하면서 수주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대다수 고객사들은 생존전략을 위한 현금유동성 확보에만 신경쓸 뿐 그외의 것들은 모두 「사치」로 여겼다. 미래의 경쟁력을 담보할 정보화 투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 하반기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국내 SI시장은 암담해진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상반기에는 IMF 직격탄을 맞고 국가 거시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충격파가 컸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기업들에 생존전략이 아닌 미래를 담보할 발전전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아웃소싱시장의 활성화 등 기대를 걸 만한 조짐들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삼성SDS 기획임원)
실제로 국내 대형 SI업체들의 마케팅 임원들은 하반기들어 시장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다는 애매한 시각이 많은 편이지만 상반기보다는 분위기 면에서 호전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실업자대책의 주요 방안으로 정부가 앞장서 벌이는 공공부문 정보화 부양대책이 상반기 SI업체를 괴롭혀온 투자위축 분위기 반전에 중심축 역할을 해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 5개 시중은행 통폐합으로 시작된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른 새로운 시스템 수요촉발도 만만치 않은 신규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2000년 연도표기(Y2k)문제, 지식경영(KM),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시장의 부상과 해외매출 가시화도 하반기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관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퇴출기업의 확대와 정부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인한 시장환경의 불안정한 분위기가 여전한데다 외국사의 국내시장 진출로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모기업의 구조조정작업 역시 계열사 SI업체들에는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미 S사, H사, 그리고 또 다른 S사 등은 미국, 유럽계 대형업체들과 인수합병(M&A) 작업을 추진중이거나 공동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국면은 각종 M&A와 빅딜 등을 통해 산업구조 재편을 강요하는 일종의 변혁기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고 그룹 방침에 밀려 퇴출될 수도 있는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SI업계 일선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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