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성균관대 겸임교수
IMF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산, 학 협동이 거론되고 있지만 학교의 연구결과가 업계에 활용되기 어려운 게 오늘의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학교는 거대한 연구개발센터다. 우수한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특히 젊음과 열정이 있어 목표만 뚜렷하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는 또한 현실적인 제품개발의 방향설정이 가능하고 많은 인력, 설비, 자금 등이 있는 곳이다. 이 두 조직을 제대로 접목시킨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산업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두 조직의 공통 관심사 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적재산권 및 시스템 설계시 활용이 가능한 중요 라이브러리의 확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학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국내외 표준화 활동에 참여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신제품을 보면 과거와는 달리 초기 단계에 새로운 제품의 사양을 결정짓는 표준화 활동에 참가, 타 업체와 동등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로열티 지불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을 반드시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규격을 결정하는 일에서 전체적인 방향성은 업계가 이끌어가고 특정분야의 이론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은 대학에서 담당,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때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경비는 업계에서 부담하고 상품화할 경우 보상금을 학교에 지불하는 보상체계를 세울 필요가 있다.
또다른 방안은 반도체 설계시 필요한 지적자산(IP:Intellectual Property)의 개발이다. 최근 우리의 제품은 선진업체의 제품을 모방하는 데서 탈피,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품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메모리 반도체의 대표격인 주문형반도체(ASIC)는 특히 수급이 어려운 제품인데 최근 들어 다수의 칩이나 보드가 「원칩(One Chip)」화하는 등 기술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설계과정에서 이전에 회사별로 확보해 사용하던 각종 대규모 회로블록들이 외부시장에 나오게 되는데 이를 IP라고 한다.
시스템이 곧 칩인 요즘에는 특히 제품의 개발속도가 중요하므로 기존 IP와 각종 기능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있다면 반도체 설계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경쟁력 향상이 가능하다. 이 IP는 대학에서 그동안 개발했던 연구성과물을 정리하고 상품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것은 대학의 자산인 동시에 업계에서도 복잡한 수정과정 없이 반도체 설계에 재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재료다. 물론 기존 IP가 완벽한 형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업계에서 실제 반도체 제작에 활용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라이선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산, 학 협동의 가능성이 열리고 양적, 질적 효과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표준화 활동을 통한 지적재산권 확보는 새로운 제품에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반도체 설계에서의 IP개발은 제품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러한 방안은 업계의 지원과 대학의 내부적인 혁신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금은 더욱 생산적인 산, 학 협동의 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기다. 두 조직의 실질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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