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운동이 "한글" 살렸다

한글과컴퓨터가 한글지키기운동본부의 투자제안을 수용한 것은 일단 범국민운동으로 번진 「한글살리기운동」을 도저히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찬진 한컴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글」을 지키려는 국민적 여망에 부응해 금전적 득실을 떠나 제의를 수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비록 운동본부측으로부터 받게 될 투자규모나 조건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안에 비해 나쁜 편이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한글 포기에 대한 반대운동」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업계는 운동본부측의 투자조건이 이번 이찬진 사장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본부측은 공개제의 당시, 1백억원의 투자 이외에도 국민주 모금을 통한 지속적인 추가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획을 이찬진 사장에게 제시해 설득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이찬진 사장 개인입장에서도 한글을 포기해 앞으로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할 게 뻔한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제시한 운동본부측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소프트웨어업계는 보고 있다.

어쨌든 이찬진 사장의 이번 결정으로 한글은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한글의 성장여부에 따라 한컴은 물론 국내 소프트웨어산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번 사태로 워드프로세서시장에서 주춤했던 한글이 빠른 시일안에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경우 한글과 한컴은 오히려 이전보다 한층 더 높은 시장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글사태로 일기 시작한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운동」을 바탕으로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는 한결 개선된 사업환경속에서 제품개발과 시장개척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점차 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에 밀려 시장지배력을 잃어갈 경우 한컴과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는 「좌절」이라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는 벌써부터 한컴의 한글 차기버전 개발과 운동본부측의 투자계획에 큰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업계 한켠에서는 이번에 한글을 퇴출시키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한글에 맞서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이밖에 이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컴을 국민기업화해야 한다는 소프트웨어업계 한쪽의 주장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수용될 지도 관심거리다.

우여곡절 끝에 원점으로 되돌아온 한글과 한컴의 미래, 그리고 이 둘의 진로를 도맡은 운동본부측의 행보에 국내 소프트웨어업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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