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체들이 내놓는 신모델들은 가끔 한심할 때가 있다. 신제품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은 하지만 실은 앞부분의 그릴을 약간 바꾸거나 뒤쪽의 깜박이 등을 좀 더 각지게 만든 정도가 고작일 때가 많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계의 고육지책은 이해하겠지만 신제품 출시가 이 정도에 이르면 기만이나 다를 바 없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가장 익숙해진 용어 중 하나가 업그레이드(Upgrade)이다. 즉 등급이나 품질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의 성능을 높였으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소프트웨어(SW)의 성능을 높였으면 SW 업그레이드라고 한다. SW 업그레이드는 주로 이전 제품의 고장, 즉 버그를 고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최근 일부 SW업체에서 신제품이라고 내놓는 제품들이 기존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데다 무리한 업그레이드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SW산업 초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하니 업그레이드의 필요성도 높아졌고 또 SW 품질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괄목할 만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술이 복잡해지고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자 신제품이라고 내놓는 제품들이 기존 제품과 다를 바 없는 사례가 많아졌다.
자동차의 경우 신제품이 별로 달라진 게 없으면 안사면 그만이다. 더 확실한 차별성을 갖춘 진짜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3년 내지 5년을 참으면서 지금 있는 차를 굴리면 된다. 그렇지만 SW의 경우는 다르다. 기존 제품에 버그가 있는데도, 이 버그를 고친 제품이 나왔는데도 그대로 옛 것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특히 기업의 생산성이 걸려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바로 이 점이 자동차와 SW의 차이점이다.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가 고장났다면, 핸들에 이상에 생겼다면, 엔진에 버그가 발생했다면 3∼5년 후 업그레이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란 있을 수 없다. 당장 업체에서 리콜을 하든가 아니면 전액 무상 수리를 해주는 쪽으로 해결이 날 것이다. 적어도 SW처럼 「고쳐줄 테니까 돈 내라」는 식으로는 안될 것이다.
윈도98의 출시와 함께 SW 업그레이드에 대한 논란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윈도98이 개선된 내용에 비해 업그레이드 비용이 과도하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제는 SW업계에서도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한번 고객이 「덫에 걸린 영원한 봉(?)」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이번 윈도98이 지핀 불씨를 계기로 SW 업그레이드의 의미가 새롭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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