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SK텔레콤 지분 처리 수면위로

그동안 물밑에서 움직이던 한국통신의 SK텔레콤 지분처리가 최근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민영화를 추진중인 한국통신과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에 따라 경영권 확보에 비상이 걸린 SK텔레콤이 서로 이해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는데다 정보통신부도 바람직한 처리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한국통신이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지분은 1백14만1천2백48주로 전체의 18.35%다. 1백32만1천50주, 21.24%를 갖고 있는 SK그룹에 이어 2대 주주다.

일단 한국통신이 갖고 있는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SK텔레콤이다. 어차피 한국통신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내재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알짜인 SK텔레콤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왕에 매각하려면 한국통신이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기 전에 단행해야 몸값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SK텔레콤은 그것이 한국통신의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시세보다 약간 비싼 주당 50만원을 기준으로 매각하더라도 한국통신에는 6천억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된다고 설명한다.

한국통신은 이와는 정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SK텔레콤의 보유주식을 매각한다는 설(說)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밝힌다. 팔 생각도 없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거론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한국통신은 만약 SK텔레콤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당분간은 아니며 방식 역시 해외매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가장 비싼 가격에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당장에 6천억∼7천억원의 자금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한국통신의 내재가치가 갑자기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방은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경쟁기업간 전략적 상충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심지어 감정적, 정서적 문제까지 개입돼 있다.

SK텔레콤으로서는 경영권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도 외국인 지분이 한도인 33%까지 소진됐다. 주식연계증권 등을 포함할 경우 사실상 40% 이상이 외국인 지분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타깃이 SK텔레콤이다. 이런 상황에서 18.35%의 지분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이들이 연합한다면 21.24%의 1대 주주인 SK로서는 경영권을 송두리째 내주는 상황이 된다.

SK텔레콤이 한통 지분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는 향후 시장판도다. 유무선은 물론 역무 경계까지 허물어지고 있는 판에 최대 라이벌인 한국통신에 게속 끌려가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현재도 한국통신은 2대 주주 자격으로 이사를 파견, 경영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통신이 민영화되고 경쟁사가 될텐데 이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통신은 한국통신프리텔의 대주주이기도 해 만약 SK 이사로서 취득한 정보가 한통프리텔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이는 공정경쟁원리에 저촉된다는 주장이다.

한국통신은 반대로 최대 경쟁상대인 SK텔레콤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민영화 이후에는 말 그대로 정글의 싸움을 벌여야 할 판에 이 지분은 「적진 깊숙이 침투」한 「트로이 목마」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굳이 지분을 처분하지 않더라도 해마다 거액의 배당금을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데 성급히 매각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또 SK텔레콤의 우려에 대해 지금도 이사가 「파견」돼 있지만 간섭이나 정보누설은 전혀 없다고 밝힌다.

한국통신 일부에서는 SK텔레콤의 주장을 정서적으로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반격한다. SK텔레콤은 원래 자신들이 설립하고 키워놓은 금지옥엽인데 지난 정부가 이를(한국이동통신) SK에 넘기는 특혜를 주었다고 보고 있다. 「빼앗긴 것」이니 언젠가는 되찾아와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런 판에 현재의 지분을 SK텔레콤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넘긴다는 이야기가 일부에서 나돌자 매우 격앙된 상태다. 심지어 기존 지분을 유지하고 SK텔레콤의 외국인 주주들과 연합해 이를 재인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통신의 민영화와 함께 언젠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SK텔레콤의 지분은 정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SK텔레콤에 수의계약으로 넘기는 것은 또 다른 특혜시비만 불러올 뿐이다. 처분 시기와 방법은 한국통신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전제조건이 붙는다. 국내 통신시장의 공정경쟁과 입지강화를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경쟁입찰에 부치는 안은 그래서 검토해볼 만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택, 조시룡, 김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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