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용품 형식승인, CB성적서 불인정 물의

정부가 국내에서 판매될 전자, 전기제품에 대해 전기용품 형식승인 시험을 반드시 받도록 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CB(Certification Body) 인증서」를 돌연 인정하지 않아 관련업계가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14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전자, 전기업체들이 신제품이나 수입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전기용품 형식승인 시험을 의뢰할 때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지정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CB시험소의 리포트(성적서)와 승인서를 첨부할 경우 이를 인정, CB시험소에서 시험하지 않은 것만 시험하는 약식시험으로 대치해온 국립기술품질원이 최근 뚜렷한 이유도 없이 방침을 바꿔 이 CB인증서가 있더라도 모든 시험을 받도록 하고 있다.

국립기술품질원이 이같이 CB 시험성적서를 불인정함에 따라 그간 CB시험성적서가 있을 경우 최소 시료(시험 대상기기) 1대만으로 형식승인 시험을 받아온 관련업체들이 이제는 시료를 최대 4대까지 제출해야 하고 또 관련부품도 모두 확보해 시험을 받아야 하는 등 시간낭비는 물론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파워코드의 경우 관련규정에 원 제조업체 제품으로 50m짜리를 구입하도록 돼 있어 부품 수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로 CB리포트와 승인서를 활용해 국내 형식승인 시험을 처리했던 외국계 프린터, 복사기, 모니터 등 OA기기업체들은 『CB 회원국(34개)에서 상호 인정되는 CB인증서가 유독 한국에서 인정되지 않는 것은 국제적인 품질인증 질서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불공정행위로 제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는 특히 현행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시행령」 제5조(형식승인의 신청)와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운용에 관한 지침」 제20조(외국시험성적서의 확인)에 「CB시험소에서 발행한 시험성적서에 대해서 지정시험기관이 적합함을 확인하는 경우 시험성적서로 대체할 수 있다」고 분명히 규정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입법 예고된 전기용품안전관리법 개정안의 기본적인 취지도 국제기준과의 조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처럼 국제화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같은 방침은 시료 수입 전담기관인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 등 일부 기관에만 득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재 형식승인 지정 시험기관이자 국내 유일의 CB시험소인 산업기술시험평가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국제적으로 공인된 CB시험소가 CB시험서를 인정하지 말아야 하는 모순을 인정하는 처사』라며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올 가을 열리는 CB총회에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IEC 산하 국제전기기기인증기관(IECEE)이 주관하는 CB인증제도(CB스케임)는 현재 전자, 전기제품 관련 유일의 국제 품질인증제도로, 한국, 미국, 일본, 유럽국가 등 34개 회원국에 43개 시험소가 가입돼 있으며 회원국간의 단일 품질인증제 실시를 통한 전자, 전기제품의 원활한 교류를 모토로 태동됐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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