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려라.」 국내 전광판산업이 내수 중심에서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급속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다수 국내 전광판업체들은 향후 몇 년간 일부 경기장용 수요 외에는 국내 수요를 거의 기대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 게다가 IMF체제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최대한의 비용절감을 생존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전광판산업의 밑바탕인 광고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해 전광판업계를 더욱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광판산업을 이끌어온 데는 지난 95년부터 불기 시작한 폭발적인 국내 수요가 밑바탕이 됐다. 언론사들이 앞다퉈 전광판을 이용한 부대사업에 뛰어들면서 촉발된 수요는 94년 2백억원대에 머물렀던 국내 시장을 단숨에 5백억원대 시장으로 성장시켰으며 96년에는 거의 1천억원에 가까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됐다.
활황기미까지 보였던 국내 전광판시장은 지난해를 고비로 성장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전광판이 신선한 광고매체가 되지 못하면서 광고비 하락이 전광판 가격하락을 앞질러 갔고 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랐다.
이처럼 내수기반이 붕괴돼 가고 있는 가운데 수출시장은 점차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부상중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일부 중남미를 제외하고는 전광판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 미국은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프로스포츠 관람용 전광판이 대부분이다.
전광판이 상업용으로 활용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 때문. 그러나 청색LED의 상용화로 LED전광판도 풀컬러 구현이 가능해지고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대형 디스플레이로 부상했다.
이를 증명해준 것은 올해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세계 사인쇼. 지난해까지 한국, 대만 업체만이 LED전광판을 출품한 데 비해 올해는 일본을 비롯한 미국, 남미, 유럽 업체들까지 LED전광판을 들고나와 판촉에 열중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색LED의 지속적인 가격하락에 따라 올 초까지 1백만달러 정도에 형성됐던 12×8m의 전광판은 현재 70만달러까지 가격이 인하됐으며 연말에는 50만달러까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전광판의 상업성은 크게 높아져 세계 시장에서도 국내와 같은 전광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업체들은 전망하고 있다.
올해 국내 업체들의 수출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대한전광(대표 김재을)은 지난달 브라질에 세미풀컬러 상업용 전광판 1기와 3컬러 실내용 전광판 12기 총 1백만달러 상당을 수출했으며, 픽셀 전문업체인 AP전자(대표 윤인만)는 지난달 브라질에 40만달러의 차량이동형 전광판을 수출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경기장용 전광판 2기(1백만달러 어치)를 실어보낼 예정이다.
에이텍(대표 정영창)도 지난 5월 들어 브라질 상파울루 지역에 60만달러 상당의 전광판을 수출했다. 수출실적보다도 더욱 국내 업체들을 들뜨게 하고 있는 것은 해외 바이어들의 움직임. 1년 전과 달리 실속있는 상담이 늘고 있어 향후 수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수출총력체제를 갖추고 이에 대응하고 있다. AP전자는 차량용 전광판과 관련해서는 현대정공과 공동마케팅을 펼치기로 했으며 국내 대기업 상사와도 연계, 중소업체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다. 타 업체들도 자기영업만을 고집하지 않고 대기업과의 연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형적으로 성장한 국내 전광판산업이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며 『현재로서는 수출밖에 대안이 없다는 점도 향후 국내 업체들의 입지를 넓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형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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