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한림 원탁토론회-정보화시대의 미래와 전망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제16회 한림원탁토론회에 참석,「정보화시대의 미래와 전망」주제발표를 통해 『국경없는 세계시장에서 정보화도 철저한 시장경쟁원리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정보통신서비스 제공과 관련산업육성이라는 측면에서 괴리가 있을 수 있으나 시장경쟁원리에 따라 설사 기술우위에 있다해도 현재 ATM교환기개발등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제품개발은 과감히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백운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의 사회로 이어령 이화여대 석학교수,양승택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총장,이천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권영세 한국과학기술원교수,남궁석 삼성SDS사장,조정완 한국과학기술원교수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서울과 대전을 화상회의시스템으로 연결,김재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대역전송연구부장,최문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고속정보통신연구부장등이 토론에 나섰다.

<편집자>

이어령교수 = 배장관의 생산관은 기본적으로 「공업생산양식」으로 이해된다.공업생산양식에서는 상품의 기능이나 경제적 이익이 가장 주요한 기본단위로 측정할 수 있지만 정보화시대를 주도하는 「정보생산양식」에는 부합하지 않는다.최근「글」에 대한 장관의 대응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장관은 「글」을 단순한 워드프로세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된 판단으로 보인다. 최근 전화가 단순한 용건전달로 통신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공업생산양식적인 가치관이라면 PC통신 등의 채팅은 정보생산양식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글」은 이런 채팅,즉 한글정보전달애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한글은 영어나 한문과는 전혀 다른 조립형 문자체제로 MS워드로는 완벽한 표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글」의 단종과 MS워드의 시장 독점은 자유시장경쟁원리의 시각으로 봐서는 않되는 문제다. 오히려 「글」의 단종을 정보표현방식의 제한문제로 보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배장관=지금 정보통신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이익창출」이 우선시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그렇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바로 이익창출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문화적인」부(富)가 생산되지 않으면 절름발이 경제가 될 것이 뻔하다.

양승택총장=중소기업의 퇴출을 전제로 정보통신분야의 창업을 지원하는데 자금,기술지원일변도에서 제품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창업지원회사를 설립할 생각은 있는가.또 정보통신제품의 수출을 선진국위주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배장관=기업퇴출은 한마디로 시장의 룰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한마디로 시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 창업투자회사는 창업자의 기술력에 자신들의 마케팅능력을 접목시켜 돈을 벌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 시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정보화 수준의 차이다. 국내 시장에서 보호받지 못한 제품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소규모 상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어발식 개발보다는 기술력이 있다해도 시장성이 없으면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이천표 원장=초고속정보통신망이나 법제도,그리고 컨텐츠의 개발,이를 활용하기 위한 1인1PC확보등 정보화에 대한 논리가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이다.그러나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의 육성과의 연계성이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기술,수요의 변화와 IMF사태로 인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재 추진중인 여러 프로젝트를 어떻게 통합하고 상호연계시켜 이끌고 가느냐가 문제다.

배장관=어디까지나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국가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정보화를 해야하고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떤 시장을 창출할 것인가는 기업들의 몫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창출의 개척자역할에 그쳐야 한다. 기업이 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성장시키여야 하며 그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경우 정부는 이를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을 할 것이다.

남궁석 사장=정보화는 크게 두단계로 하나는 정보인프라를 구현하는 단계이고 하나는 구현된 정보인프라위에서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기업과 국가에 있어서는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질의 컨텐츠가 필요하다. 미국 MS사가 독도를 일본땅이라 표기하고 태극기를 거꾸로 표시하는 등 무지한 행위를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우리에게도 잘못은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컨텐츠 정리가 잘 않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는 컨텐츠를 개발한다는 것은 「독립운동」하는 각오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런부문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 한가지는 좀 유감스러운 얘기지만 정부부문의 정보화가 가장 뒤지고 있다.그런 정부가 2천5백만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화교육에 나선다는 건 모순이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무원 정보화자격증제도」등을 도입할 생각은 없는가.

배장관=일리 있는 지적이다. 도덕과 문화수준이 경제발전에 큰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사례다. 현 체제로는 1천6백만명정도가 자생적으로 어떤형태로든 정보화 교육을 받고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문은 9백만명정도다.좋은 컨텐츠목록을 선정해 적극 지원하겠다. 다음달부터 정부의 실업대책자금중 1조원을 투입해 컨텐츠개발등 정보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시장창출기능을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전화요금등의 일부를 컨텐츠개발에 투입토록할 생각이다.

권영세교수=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하는데 기획에 취약점이 있다고 본다.그러다 보니 선진국의 뒷북만 치는 경우가 많다.국내 전문인력을 활용해 정책결정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두개 기관의 제약된 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관련인력을 풀로 구성해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 잘못하면 경쟁력없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을 축적한 후 해외진출을 시도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배장관=다시한번 말하지만 어떤 연구개발프로젝트나 시범사업의 수출가능성 여부는 시장을 전망할 수 있는 기업에서 제안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 기업의 성실성여부를 따져 자금지원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대학에서는 연구개발역할에만 전념하고 정부는 기업이 잘되도록 지원해야 하나 현재로서는 시장에 대한 안목이 없는 대학교수중심의 위원회가 모든걸 다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과거 정부가 각종 위원회를 통해 전문가의 능력을 활용하기 보다는 「위원회의 결정으로 그렇게 했다」는 식의 면피성 위원회로 전락시킨게 사실이다.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정완교수=벤처기업육성을 위해서는 재원, 지원정책, 인력양성등 세박자가 맞아야 한다.대학교육이나 제도가 벤처기업을 창출해낼 수 있는 대학교육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타이컴 개발등 호스트컴퓨터산업은 물론이고 메인프레임 개발등 정부지원프로그램이 없다. 정부가 개발의지가 없는건 아닌가.

배장관=우리부에서 추진중인 스타프로젝트에는 세계유수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시장성에 확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현재 연구개발계획을 변경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값싸고 세계에서 제일인 제품을 개발하는데 국내기업, 외국기업을 가리지 않겠다.

김재근박사=성공적인 정보화시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싸고 쉽개 접할 수 있는 대량의 정보유통이 가능한 초고속 정보망구축이 시급하다.이를 위해서는 수테라비트급 전송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도입할 의사는 있는가.

배장관=테라비트급 광전송로의 개발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장성이 있는 기업이 하면 된다. 그러나 경제성이 있을까 의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앞으로 닥쳐올 기술을 개발하는데 너무 불필요하게 지원해 왔다. 앞으로는 기업이 상용화하고 가능성이 있으면 정부가 판단해 지원하겠다.

최문기박사=정보화의 최종단계는 국민모두가 저렴한 가격으로 PC를 소유하고 각각의 PC가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필요한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따라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정보통신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현재의 경제상황으로 보아 장기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산업계에서는 투자할 생각이 없는것 같다.정부가 이를 담당해야 하지 않은가.

배장관=국내에 정보통신시장이 크고 가능성이 있다면 해외자본이 대거 몰려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해결될 문제다.국내기업들이 하지 않겠다는 것은 시장가능성이 적어서일 것이다.그런데 왜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부담해야 하나.시장성보다는 「이렇게 될 것이니까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반대다.빠른정보 보다는 실정에 맞게 저, 고속정보망 구축이 바람직하다.

<정리=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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