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팰러앨토에서 열린 한국벤처기업협회(KOVA) 실리콘밸리지부 결성식은 참석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정보통신의 금맥을 캐겠다고 척박한 땅 실리콘밸리에 뛰어든 한국출신 벤처창업주의 한 사람인 저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날 KOVA 실리콘밸리 지부장으로 임명된 후 서울을 찾은 지오이월드 전하진 사장은 당시의 행사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하이야트릭키스호텔 그랜드볼룸에는 한국출신 유명인사들이 거의 다 모여들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하이테크업체 매출 40위를 기록한 다이아몬드사 이종문 회장, 쿠퍼티노의 차고에서 단돈 9천달러로 사업을 시작해 미국 4백대 부자로 손꼽혔던 황규빈 텔레비디오 회장은 이른바 「실리콘 드림」의 상징적 인물들이었죠.』
그밖에도 스타급 벤처회사를 이끄는 30여명의 젊은 사장들과 무한기술투자 이인규 사장을 비롯한 거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포함해 1백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민화 벤처협회 회장은 전하진 사장을 실리콘밸리 지부장으로 임명했다.
『사실 그 자리에서 얼떨결에 중책을 맡고 고민을 많이 했다』는 그는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KOVA 실리콘밸리지부를 미국내 한인들의 인맥만들기, 즉 네트워킹의 도구로 활용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힌다.
전 사장은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지부를 한국 벤처업체들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아 재미한국인기업가협회(KASE),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KSI)와 삼각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 사장은 새너제이에 위치한 지오이월드 본사를 중심으로 지구촌 사업망을 구축하고 지난해부터 가상 네트워크인 「지오이 패밀리(ZOI Family)」를 가동시킨 의욕적인 벤처창업가.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예견하는 점 때문에 KOVA 지부장으로 발탁됐다는 게 후문이다.
그가 창업한 지오이월드사는 ZOI라는 브랜드 아래 PC게임, 가정용 전화교환기 등 주로 소호(SOHO)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과 판로개척을 대행해 준다는 한발 앞선 콘셉트로 출발한 회사.
벤처의 성공조건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묻자 그는 포커게임에 빗대어 「포커 패와 플레이어, 돈」 3가지라고 대답한다.
어떤 벤처업체가 성공하려면 신기술은 물론이고 독특한 기업문화까지 포함한 그 회사만의 진정한 자산, 즉 좋은 포커 패가 있어야 한다는 것. 플레이어는 창업주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 업체를 M&A해줄 대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들어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스티브 저비슨은 연간 매출 1천2백만달러에 불과한 핫메일사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4억달러에 인수하도록 주선했다. MS 같은 빅 플레이어가 나설 경우 40배를 투자해서 4백배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벤처업체들이 좀더 확실한 포커 패를 가지고 미국에 진출해 빅 플레이어와 만나고, 언젠가는 스스로 후배 벤처를 위한 빅 플레이어로 나설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KOVA 실리콘밸리지부의 역할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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