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한글을 살리자 (3)

『한글이냐 아니면 한글과컴퓨터냐.』

최근 한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은 「한글살리기」이다.하지만 한글과 한컴의 연계성 때문에 많은 논란이 제기됐고 한글살리기를 주도하는 그룹사이에도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글살리기운동은 현재 크게 두 그룹으로 집약돼 있다.하나는 벤처기업협회가 중심이 된 한글지키기운동본부와 나모인터랙티브의 한글개발주역들을 중심으로 뭉친 그룹이다.

하지만 두 그룹이 지향하는 방향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한글지키기운동본부는 국민모금과대기업,벤처기업의 출자 등으로 2백억원 이상을 만들어 한글의 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운동본부는 특히 한컴에 대해 궁극적인 목표가 한글을 지키는 것이지만 한글을지키기 위해서는 한컴을 살려야 한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한글지키기운동본부는 최근 한글사랑회 등 산발적으로 한글살리기운동을 펼쳐온 단체들을 통합,사실상의 통합기구로 잡아가고 있다.

반면 한글개발주역들의 움직임은 다르다.이들은 한컴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계약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제2의 한글을 개발,한글을 계승하자고 주장하고 있다.현실적으로 2백억원이상의 자금을 모으기가 어렵고 따라서 20억원 정도의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만 있으면 가능한 제2한글 개발이 대안이라는 것이다.한글개발주역들은 한컴과 관련해서는 일단 경영에 실패했고 한글을 스스로 포기하려 했던 기업에 더이상 한글을 맡기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글살리기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는 크게 이들 두 축의 움직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기에 공정거래위의 판정과 대기업들의 움직임,정치권의 움직임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우선 초점은 한글지키기운동본부가 과연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현재 운동본부가 추구하고 있는 국민모금으로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특히한컴과 MS의 계약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적으로도 촉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기업이나 벤처협회 소속 벤처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되고 있다.실제로 모 대기업이 한컴인수에 관심을 가졌지만 정보통신부 발표이후 사실상 포기했다고 협회측은 말하고 있다.벤처기업들이 수십억원의 자금을 내기로 했다는 설도 돌았으나 협회는 공식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운동본부가 자금을 확보한다면 한글은 물론 한컴도 살 것이지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한컴과 MS의 계약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이 한글의 지적재산권을 인수하거나 한컴을 인수하는 것은 가장 확실한 대안이나 현재상태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이미 한컴은 MS에 투자유치 하기전에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에 투자유치를 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그 이후 한글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기업이 있었으나 정통부의 입장발표 이후 사실상 수면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다.

최근 새정치국민회의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조금씩 움직이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갖고 추진하기 보다는 제안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제2의 한글 개발은 최선의 대안이 아니지만 가장 확실하게 추진되고 있다.자금을 모아 한글을 지킬 수 있으면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안되더라도 제2한글로 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25일 기자회견에서 한글개발주역들과 나눔기술 등 관련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글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기술적인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이다.

앞으로 한글살리기운동이 어떻게 결론지어질 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하지만 이 모든 변수가 국민적인 성원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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