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 업계의 산업구조 재편이 가시화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5년 말부터 시작된 공작기계 산업의 불황이 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착수, 업체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 컴퓨터 수치제어(CNC) 선반과 머시닝센터 등 전 공작기계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가 해제돼 일본 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전망이고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중소 전문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것으로 보여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틀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정공은 내달 초 자사의 공작기계 사업부문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통합, 별도의 공작기계 전문업체를 우선 설립키로 하고 최근 국내영업부 일부를 제외한 전 사업부서를 울산의 공작기계사업본부로 이전하는 등 인력 배치를 완료했다. 특히 이 회사는 신설법인이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상당수 인력을 외국에 파견, 수출 총력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외국 공작기계 업체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향후 외국업체와의 합작법인으로 재출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항공은 대형 CNC 선반 및 머시닝센터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OEM 방식으로 돌리고 리스를 통해 판매한 제품의 회수 및 중고장비 판매에 주력하는 등 공작기계 사업을 크게 축소하고 있다. 특히 이에 앞서 이 회사는 일본의 도시바사와 기술제휴로 생산해 온 5면가공기 생산설비를 비롯 고주파 열처리장치, 베드그라인더 등 핵심 가공설비들을 중소기업에 매각하는 한편 기존 창원 공장을 폐쇄하고 부도 처리된 창원 소재 S사 공장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사는 공작기계 사업의 존립 근거라 할 수 있는 그룹의 자동차 사업 향배에 따라 공작기계 사업의 운명도 따라 결정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최근 화의 개시 결정이 내려진 기아중공업은 적색 거래처 해제에 따른 대외 신인도 제고, 어음 및 수표 발행 등 당좌거래 재개, 금융기관 신규 차입 가능, 무역결제의 활성화 등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경기가 침체돼 이 회사의 자구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것이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한 CNC장치 전문업체인 한국산전은 최근 발표된 퇴출기업 대상에 포함, 모기업인 대우중공업에 축소 편입될 것으로 전망되며 두산기계도 9월 1일로 예정된 그룹의 계열사 통합 작업으로 인해 공작기계 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CNC장치 및 CAM 전문업체인 터보테크도 CNC 밀링머신 등 전용기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공작기계 전문업체인 화천기계도 반도체 장비 및 환경설비 사업에 신규 진출하는 등 수익성 있는 새로운 사업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국내 업체간 부품 공용화, 수출시 타사 제품 팔아주기 등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업체간 전략적 제휴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경쟁력 있던 중소 공작기계 전문업체인 광주남선선반, 남선정공을 비롯, 10여개 공작기계 업체들이 도산한 데 이어 올해 중 상당수 중소 업체들이 줄줄이 부도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수입선 다변화 품목 해제에 따라 일본 공작기계 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도 강화될 것으로 보여 내수시장 기반이 와해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구조 재편은 업계 내, 외부 사정이 맞물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전 업체들이 예전과는 달리 사업 다각화를 통한 몸집 불리기를 배제하고 수익성을 높이고 전문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구조 재편의 무게중심이 맞춰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 업체들이 낙오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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