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포기를 전제로 한 한글과컴퓨터의 마이크로소프트사 투자유치를 허용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부의 공식입장에 대해 SW업계 및 한글 사용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통부의 발표내용이 알려진 23일 각 PC통신에는 정보통신부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으며 「한글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글지키기운동본부, 한글살리기운동협의회 등도 반박성명을 통해 정통부의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정보통신부는 22일 『한글살리기 운동이 확산돼 한컴에 대한 MS의 투자가 무산되면 외자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투자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투자 허용 방침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한글 사용자와 SW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언어문화와 SW산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한글의 포기에 대해 정통부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부가 한컴과 MS의 계약을 허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글 사용자와 네티즌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글살리기운동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 『정통부의 한글문제를 여전히 기계적인 시장논리로만 접근하고 있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통부 장관의 탄핵운동을 비롯해 강력한 항의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글지키기운동본부(본부장 이민화)도 이날 반박성명을 통해 『특정사업의 포기를 전제로 한 이번 한컴과 MS의 계약은 전혀 사정이 다르며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인 데도 정통부가 외자 유치에 미칠 악영향만을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고 『정통부가 이를 계기로 국내 SW시장 환경을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MS와 한컴만 두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 사장은 『정통부가 사회 제반 요소를 감안하지 않고 기술적으로만 글을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나우누리, 천리안 등 PC통신에도 정통부의 이번 방침을 비판하는 한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네티즌 「랄라랄라」(천리안)는 『정보통신부의 한글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접하고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듯하며 정보통신부가 「국민의 정부」인지 「달러의 정부」인지 되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통부의 이같은 입장과 달리 문화관광부는 한글개발 중단은 국어생활을 포함한 우리 문화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한글살리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23일 『한글 포기는 고어처리를 포함한 한글구현에 커다란 문제를 초래하며 이는 국어생활을 비롯한 문화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글학회, 국어정보학회, 한국바른말연구원 등 6개 국어관련 단체도 22일 모임을 갖고 한글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계약포기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 단체는 결의문에서 『한글개발 투자중단으로 우리나라 말 표현의 자유를 상실하고 문화식민지로 전락하게 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며 『한글과컴퓨터사와 MS사의 계약은 단순한 상거래가 아닌만큼 인정할 수 없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계약의 불공정성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관련 유관단체들과 함께 「한글문화지키기 총연합회」를 구성해 적극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신화수,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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