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특별대담] "개혁 정통부" 이끄는 배순훈 장관

대담 정복남 정보통신산업부장

탱크가 마침내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발진 준비를 마쳤다. MIT 박사에 민간기업(대우) 회장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광화문」에 입성한 「탱크」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이 「개혁 정통부」를 끌고 나가기 위해 요란한 엔진음을 내고 있다. 사실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각한 배 장관은 취임 초기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 속을 끓였다. 김영삼 정부 시절 실시했던 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 정통부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 때문에 재임 1백일도 채 못돼 차관을 비롯, 주요 실국장 대부분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해야 했다. 자연히 정통부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모두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그간 배 장관이 강조했던 민간 경영 마인드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해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인사를 통해 전열도 재정비했다. 배 장관의 개혁의지가 실전에 적용될 환경이 갖추어진 것이다.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배순훈 장관의 「개혁 정통부」 구상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어느덧 취임한 지 1백일이 넘어섰습니다. 민간 경영인으로 정부에 몸담은 특이한 케이스인데 그간의 소회나 성과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대통령의 개혁의지와 방향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장관이란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받들어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하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정보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거의 신념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지난 1백일은 이를 통해 저 나름의 정통부 운영방향을 설정한 준비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통부는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둘 작정입니다. 대통령께서 이미 밝히신 바 있지만 21세기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라와 국민의 성패가 갈리게 됩니다.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닌, 가장 잘 쓰는 나라」라는 개념에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산업경쟁력이 아닌 국가경쟁력, 국민경쟁력을 극대화하자는 것이지요.

-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정통부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에게 새출발하는 정통부를 보여주기 위한 복안이 있습니까.

▲정통부 내부 분위기가 다소 침체되어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심기일전, 재출발하겠다는 의욕이 넘치고 있습니다. 사실 정통부 직원들은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 정보통신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제 회생의 역군」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최강의 팀워크를 구축했다고 자부하는 만큼 정통부는 물론 주변에서도 새바람이 기대됩니다.

먼저 우정사업에 대한 변신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통부가 일반 국민과 직접 대면하는 우정사업은 정통부의 변화와 개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문입니다. 우정사업은 정부는 물론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겠다는 목표로 개혁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고객지향, 고객만족 개념이 체질화되어 있어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부문이고 또 자신도 있습니다.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자 유치가 활발합니다. 배 장관께서도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결정된 외자 유치 내용을 알려주시고 혹시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을 꼽고 있는지요.

▲정통부는 올해와 내년에 모두 42억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로 각종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미 벨캐나다가 한솔PCS에 1억8천만∼2억5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했고 모토롤러는 3억달러를 들여오기로 했습니다. 루슨트도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습니다. 이밖에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 투자기관들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지분 참여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외자 유치와 관련, 정통부 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일입니다. 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책규제나 여타 조건 때문에 투자를 망설인다면 제가 직접 나섭니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전화로 혹은 면담을 통해 애로사항을 이야기했고 제가 직접 이를 해결해 왔습니다. 외국인들은 앞으로도 문제가 있다면 저에게 직접 전화해 주시길 당부합니다. 장관이 곧바로 해결합니다.

-정부 산하기관, 단체에 대한 개혁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통부는 특히 한국통신의 구조조정 및 개혁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통신의 바람직한 개혁방향은 무엇입니까.

▲한국통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신사업자로 국가 전체의 통신사업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그러나 한국통신의 공기업적 성격으로 인해 투자 수익성이 부족,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는 한국통신의 대주주로서 지분 매각 등과 관련된 재무문제는 재경부가 주관이 되고 조직개편이나 경영활동은 현 경영진과 정통부가 협력해 풀어나갈 작정입니다. 현재 한국통신의 구조조정(경영합리화)은 한국통신 내부 의견과 정통부의 의사, 또 외부 컨설팅기관의 분석 등을 종합, 방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지분 매각과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분할매각은 없을 것이며 사업부문 분리 역시 외국 거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한국통신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통신의 경영 합리화가 진행중인 만큼 현 경영진의 임기까지 지켜보고 정부는 이를 평가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경영상태 분석 후 수익성이 낮고 민간에서 활성화한 부문은 과감히 퇴출시키거나 투자 축소를 단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신사업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맡기겠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최근 이와 관련한 각종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등 공론화 단계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이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구조조정은 어디까지나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민간업체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정부는 동일인 지분한도 폐지를 비롯한 각종 법적, 제도적 정비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가급적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후유증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통신서비스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좋은 품질에 가장 싼 가격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지하철에서조차 통화가 가능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입니다. 정통부로서는 구조조정에 앞서 현재의 이같은 통신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오히려 전보다 못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대국민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같은 근본이 지켜지도록 구조조정 과정을 관심있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예컨대 한국통신의 공익성 부문이나 독점적 부문은 분명히 정부가 규제해야 합니다. 또 기간통신사업의 해외 매각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팔 것과 팔아서는 안될 것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정부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경영난에 쫓기는 일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출연금을 줄여주거나 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주파수 추가배정을 희망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입니까.

▲통신 주파수는 독점적 자산입니다. 출연금은 사업자가 국가로부터 이러한 독점적 자산을 배당받은 데 대한 대가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모아진 출연금으로 업체가 개발하기 어려운 첨단 기술개발에 투입하고 중소기업 정보화 및 연구개발을 지원합니다.

오히려 업체에 당부하고 싶습니다. 현재 주파수 낭비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출연금 내고 배정받은 주파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주파수 사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와 기술개발이 선행해야 합니다.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원하는 대로 모두 할당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수요증가 추세, 사업자간 공정 경쟁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주파수 배정정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전력의 정보통신분야 정리방침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전망과 관련된 통신 및 방송업체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한전망 처리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입니까.

▲이 역시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한전이 정보통신사업을 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한전은 케이블TV 가입자망을 설치하면서 국민에게 좀 더 저렴하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전의 정보통신분야 처리는 이 약속을 지키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런 원칙에 위배된다면 정부로서도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관련해서는 산자부 장관 등과 협의에 나서,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단말기 직접생산과 수입선 다변화 조기 해제에 대한 견해는 무엇입니까.

▲서비스업체의 단말기 직접생산은 현행법상 불가능합니다. 굳이 단말기사업에 나서겠다면 중소 전문업체와 제휴해 협력하는 방안을 권하고 싶습니다. 수입선 다변화는 국내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당초의 정책적 목표를 어느 정도 실현했다고 봅니다. 이미 국내 업체들은 이동전화 단말기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시장을 개방해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최근 중소기업들이 잇따라 단말기사업에 진출한 것이 변수입니다. 대기업과 달리 이들은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됩니다. 이 때문에 향후 1년 정도는 국내 업계를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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