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인치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이변(異變)이 생겼다. 겉 모양은 보통의 3.5인치형과 꼭 같지만 뚜껑을 열면 내부에는 직경 2.53인치의 소구경 디스크가 들어 있는 특이한 제품들이 시장에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선두주자는 미국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올들어 이 회사가 양산하기 시작한 용량 9.1GB의 3.5인치 HDD 「Cheetah9LP」 등에는 직경 3인치의 디스크가 들어 있다.
그 뒤를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미국 IBM이 잇고 있다. IBM은 3.4분기 양산하는 용량 9.1GB 제품에 3인치 디스크를 사용할 계획이며, 히타치는 이달 중 2.5인치 디스크를 채용한 9.1GB 제품을 샘플출하할 예정이다.
이들 소구경 3.5인치 HDD들은 액세스 성능 향상을 공통으로 지향하고 있다. 소구경 HDD는 디스크 회전수가 1만rpm 이상으로 빠르며, 평균 회전대기시간은 3㎳이하에 시크타임(탐색시간)도 5∼6㎳로 크게 단축됐다.
이 정도 성능은 직경 3.5인치 디스크로는 곤란하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회전수의 경우 제약요인은 디스크와 공기의 마찰에 인한 발열인데, 발열이 커지면 기기의 온도가 상승해 데이터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 발열 문제를 3.5인치 디스크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또 소구경보다는 탐색시간 단축이 용이하지 않다. 헤드를 움직이는 범위가 좀더 크기 때문이다.
액세스 성능향상을 겨냥해 3.5인치형 HDD에 소구경 디스크 채용이라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주로 대용량화에 초점을 맞춘 HDD의 개발방향이 고속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용량화는 디스크가 클수록 유리한 반면 성능향상, 즉 회전수를 높이고 탐색시간을 줄이는 일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3.5인치형 HDD의 변천을 보면 개발방향은 극히 용량 중심이었고, 액세스 성능향상은 그 다음 문제였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액세스 성능 지표의 하나인 디스크 회전수의 경우 지난 96년 10월 시게이트가 1만rpm의 3.5인치형을 공표하기까지 최대회전수는 92년 11월 발표된 7천2백rpm이었다.
4년 동안 40% 정도의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평균 탐색시간도 8㎳에서 7.71㎳로 변화폭이 크지 않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용량은 엄청난 변화를 나타냈다. 7천2백rpm 당시 2.1GB인 용량이 1만rpm에서는 9.1GB로 4배 이상 커졌다.
기록밀도에 비례하는 디스크와 컨트롤로간 데이터전송속도도 56.4Mbps에서 1백77Mbps로 3배 이상 빨라졌다.
그러나 이같은 「대용량 우선」 경향은 올 들어 바뀌고 있다. 시게이트가 1만rpm 제품을 발표한 지 2년도 안돼 더 빠른 제품을 내놓았고, 히타치도 회전수 1만2천rpm에 탐색시간 5㎳의 제품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게다가 히타치는 내년 중 제품화를 목표로 1만5천rpm을 계획중이다.
사실 이전에도 용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개발의 무게중심이 액세스 성능향상으로 옮아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8인치형과 5.25인치형 HDD가 소구경 제품으로 대체된 것 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2.5인치형 HDD가 3.5인치형의 성능을 능가해 대체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3.5인치형은 시장상황이 다르다.
3.5인치형은 대용량화의 급진전을 배경으로 PC에서 대형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채용영역이 매우 넓다.
이에 반해 2.5인치형은 노트북PC용으로 용도가 특화돼 있다. 양자가 경합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장을 나눠갖는 형태로 공존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당분간 「대체」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3.5인치 외형에 내부에는 3.5인치 이하 크기의 디스크를 채택하는 특이한 방식이 나오게 된 것이다. 현행 제품 질서를 흐트리지 않으면서도 고속화를 이루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HDD의 개발방향이 고속화 일변도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크 크기가 작아지면 액세스 속도가 확실히 빨라지지만 용량부분은 반대로 후퇴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디스크가 작을수록 용량 확대에 드는 비용이 커지는 게 문제인데, 예를 들어 3.5인치 디스크와 같은 기록밀도를 내기 위해선 2.5인치 디스크는 2배 많은 디스크를 필요로 한다.
게다가 기록매체를 둘러싼 환경은 대용량 동영상 처리,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등 더 큰 용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HDD업계로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용량화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의 3.5인치형 HDD 개발 방향을 대용량화와 고속화가 병존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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