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개인인식장치 속속 실용화

올해 증권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김 모씨는 회사로부터 받은 주요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에 자신이 사용하는 PC의 패스워드를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사원번호 등을 피해 여러 고유번호와 문자를 조합해 설정해 놓았다.

갑작스런 교육으로 빠쁜 시간을 보낸 김씨가 몇일만에 PC를 다시 켰을 때 화면에는 패스워드를 입력하라는 명령이 떠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하던 김씨는 패스워드가 틀렸다는 몇번의 메시지를 보고 자신이 다소 복잡한 패스워드를 설정해 놓았다는 사실은 깨달았다. 그러나 자신의 패스워드가 떠오르지 않았다.

PC 네트워크화가 본격화되고 정보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만에 하나 PC내 정보가 유출될 경우 엄청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패스워드를 좀더 길고 복잡하게 정하고 그나마 정기적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어 김모씨와 같은 이런 경험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패스워드를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 어딘가에 적어 놓는다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이같은 PC사회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패스워드를 대체하는 개인인식기술이 그것으로, 주로 전자식 사인과 지문을 사용하는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영상처리시스템 개발 벤처기업인 캐딕스는 지난해 4월부터 사원의 급여명세를 종이로 나눠주지 않고 사내 네트워크 화면에서 확인토록 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는 중요한 개인신상명세나 비밀보고서도 PC를 통해 담당자나 상사에게 전송하고 있다.

이같은 중요한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딕스 사원들은 PC에 개인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는다. 대신 PC에 접속된 특수패드(플라스틱 재질)에 서명한다. 캐딕스는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전사원의 서명을 축적해 놓고 있다. 컴퓨터는 이와 대조해 본인인지 아닌지를 순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서명으로 개인을 인식하는 이 컴퓨터 기술은 캐딕스가 자체 개발했다. 이 회사는 원래 컴퓨터에 의한 설계, 디자인 등 영상처리시스템 개발이 주업무였다. 영상인식 연구의 일환으로 10여년 전부터 서명에 의한 개인인식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지난 96년 「사이버 사인」 시스템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이버 사인」의 가장 큰 숙제는 얼마나 정확하게 위조서명을 판별해 내느냐에 있다. 캐딕스의 「사이버 사인」에 사용되는 패드와 펜은 펜 끝과 패드 표면이 자기처리돼 있어 사인 형태뿐 아니라 펜이 패드에 닿을 때의 압력, 허공에서의 움직임까지 모두 종합해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캐딕스사는 지난해 3월 미국법인 사이버 사인社를 설립하고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캐딕스社 이외에도 여러 벤처기업들이 사이버 사인의 사업화를 계획하거나 실제로 영업활동에 들어가 있다. 현재 들어난 개발업체수는 3개사로 파악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시장에서 사실상의 업체 표준을 획득하려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패스워드를 대체하는 개인인식기술에 사이버 사인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방식은 다르더라도 궁극적으로 본인임을 식별한다는 목적을 가진 장치는 모두 사이버 사인의 경쟁기술이 된다. 현재 사이버 사인에 필적할 만한 사업기반을 갖고 있는 개인인식기술로는 지문에 의한 식별방식을 들 수 있다. 눈동자, 음성, 손바닥, 손가락 등으로 개인임을 인증하는 기술들도 적지 않게 발표됐으나, 현재 개발된 눈동자 식별장치는 가격, 크기 모두 PC채용에는 적합하지 않고 나머지는 인식정밀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지문인식장치도 눈동자를 이용하는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얼마 전까지는 가격과 크기 모두 PC에 채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주로 경찰서의 범인 지문감정 등 특수한 용도로만 사용됐으나 최근 수년동안 급격하게 소형, 저가화가 진행됐다.

소니는 지난 96년 비디오카메라 렌즈 연구진을 중심으로 지문인식장치 개발팀을 구성, 세트당 가격이 1천달러 수준인 제품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디오카메라의 파생기술에서 발전시킨 소니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지문을 인식하는 원리는 우선 카메라와 같은 방식으로 지문의 결을 읽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소니가 개발한 지문탐색장치는 윗면 일부가 유리로 돼 있어 그 유리에 손가락을 얹으면 빛이 지문을 읽어 그 데이터를 PC로 보낸다. 그리고 지문데이터 가운데 특징적인 부분을 추출해 이를 디지털 데이터화한다.

10년 전만해도 이같은 영상처리를 위해서는 대형컴퓨터가 필요했으나 최근 CPU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PC로도 처리가 가능해졌다. 소니가 1천달러 수준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같은 기술진보가 그 배경으로 현재는 소니 이외에도 세계 약 20여개 업체가 지문인식장치의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찰용 지문인식장치로 세계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NEC도 일반기업용 저가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후지쯔도 노트북 PC에 탑재하는 소형제품을 개발해 PC키보드에 탑재해 시판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특히 옴론은 「지문인식장치는 PC주변기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제품가격을 최대한 억제하지 않으면 시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최근 입력장치 99달러, 인식용 소프트웨어 50달러를 합친 시스템 전체 가격이 1백49달러인 저가제품을 미국시장에 시판했다.

사실 옴론은 이미 10년 전부터 지문인식장치를 개발해 왔으나 가격을 1천달러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 옴론이 저가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문입력장치의 구조를 크게 간소화하는 기술을 갖고 있던 미국 MIT대학의 한 학생사업가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옴론은 이 학생 사업가에게 수십만달러를 주고 새 기술의 독점제조권을 얻어냈고, 이 학생은 그 자금으로 지난해 6월 벤처기업 디지털 베프소나社를 설립했다. 이 벤처기업과 옴론은 제휴 형태로 저가의 이 지문인식장치를 상품화해 이미 2천대 이상의 샘플을 미국과 일본시장에 출하해 놓고 있다. 옴론은 앞으로 이를 한층 소형화해 마우스에 장착함으로써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지문을 인식하는 제품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개인인식장치는 고도 정보사회 도래와 맞물려 그 필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임을 좀더 편리하고 정확하게 파악해내는 개인인식장치의 수준과 보급률은 아직까지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최근 실용적인 제품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개인인식장치 시장은 향후 수년내에 PC주변기기 또는 PC 주요 장치의 하나로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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