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두 번째 내리는 눈을/ 반쯤 감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 눈들은 내리며 분주히 쌓일 곳을 찾는다/ 분분히 내려앉는 것 같지만/ 눈은 섬세한 촉각과 비행으로 내려서 쌓일 곳을 찾는다/ 더 낮은 곳 낮은 곳으로/ 더러 불시착한 눈들이 바람을 기다려/ 그리움의 몸을 굴리고 있다」
한국IP정보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예인정보 조기원 사장(35)은 바쁜 사업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백지를 앞에 놓고 시상을 가다듬는다. 주로 가족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한밤중이나 새벽시간이 그가 시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시를 쓰고 있으면 세파에 찌든 마음의 때가 한켜한켜 벗겨지면서 스스로 정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일상에 쫓겨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고요. 오랫동안 고민해서 마음에 꼭 드는 시어가 떠올랐을 때만큼 행복할 때가 있을까요. 그때만큼은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답니다.』 조 사장이 시에 빠져든 것은 고등학교시절 문예반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중학교시절까지만 해도 씨름선수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만 어깨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겪어야 했지요. 그 갈등을 극복하도록 해준 것이 바로 문예반 활동입니다.』
조 사장은 고등학교를 다녔다기보다는 문예반을 다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정도로 시작에 빠졌다. 덕분에 3년내내 장학금을 받을 만큼 각종 백일장에서 성과를 올렸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나온 그는 지난 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풍자시대에서-비디오의 꿈」이라는 작품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지금까지 그가 쓴 작품은 약 1백여편. 얼마전에는 그동안 쓴 작품들을 한데 모아 시집을 내기도 했다. 출판사와 문예잡지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하던 조 사장이 정보통신업계의 대표로 변신한 것은 지난 94년. 미래의 출판은 정보산업과 연관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 사장은 아직도 시를 짓는 일만큼은 여가를 즐기는 「취미」가 아니라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천직」이라고 믿고 있다.
『처음에는 딱 5년 동안만 외도를 하리라 마음먹었지요. 시를 쓰는 일만으로는 먹고사는 일이 힘드니까요. 지금 거의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느새 정보통신인이 돼버린 느낌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야지요.』
지금도 틈만 나면 시집을 빼든다는 그는 최근 시에 대한 열정을 담은 웹진 「시인학교(http://www.multinetkorea.com/~poet)」를 오픈했다. 능력있는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가상공간에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이 웹진의 취지다.
조 사장은 『시인 이진우 씨를 비롯해 많은 시인과 평론가들이 웹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자료가 쌓이게 되면 잡지뿐만 아니라 문학 데이터베이스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남다른 애착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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