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넥스트웨이브 구조조정 신청 배경과 파장

미국 PCS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사가 전재산을 담보로 사활을 건 도박을 시도, 국내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넥스트웨이브사는 퀄컴사의 중역을 지낸 앨런 살마시가 창업한 회사로 자본금은 4억3천7백만달러에 이르며 국내에서는 LG정보통신이 3천만달러(1천만달러는 대출), 포항제철 2천만달러, 한국전력 2천만달러, 일진 2천만달러, 흥창과 서울이동통신이 각각 5백만달러 유양정보통신이 3백만달러 등 국내업체들의 투자액수가 1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8일 미국 법원에 파산(챕터 7) 전 단계인 구조조정(챕터 11)을 신청, 국내 정보통신업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화의가 받아들여진다면 넥스트웨이브는 잔여 주파수 경매대금 42억달러 중 상당부분을 삭감받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미국 C블록(중소기업 대상) PCS 사업권을 전부 반환하거나 주파수 분할 재판매 등 제조건을 따라야 하는 상태다.

넥스트웨이브의 사활을 건 듯한 이같은 모험을 두고 국내업체들의 해석은 합리적인 모험이라는 긍정론부터 기업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다양하다. 이 회사에 지분 투자했던 국내업체들은 일단 미 법원에 신청한 구조조정은 기업부도를 의미하는 파산이 아니라 국내의 화의신청과 같은 것으로 넥스트웨이브의 잘 짜여진 계산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지난 96년 5월 미국 FCC의 주파수 경매대금이 다른 사업권자의 10배 정도로 고가였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재협상을 시도, 회생의 길을 찾겠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4월 미 C블록 주파수 사업자인 GWI사의 경우 C블록 주파수 경매대금의 인하소송을 제기한 끝에 「라이선스 비용을 전체 경매대금의 16%로 인하시킨다」는 판결로 승소했다.

GWI사의 판례를 토대로 넥스트웨이브 또한 같은 절차를 통해 무려 47억달러에 달했던 주파수 경매대금을 7억5천만달러로 낮춰 재무구조 악화와 자금경색을 풀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지분참여업체들은 특히 구조조정 신청 이전에 「예치금 중 3억달러를 사용해 자금경색을 해소하라」는 등 FCC의 각종 완화조처가 있었던 점에 비쳐 이번 구조조정 신청은 결코 넥스트웨이브의 마지막 카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패소한다 하더라도 「어렵게 어렵게 회사를 꾸려나가는 것일 뿐 PCS사업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LG정보통신은 『승소시 회사의 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신규 투자가들의 대규모 자금투자 유입 및 장비투자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넥스트웨이브의 구조조정 신청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치 않은 데 3∼6개월이 소요될 법원의 판결에 앞서 그동안 지속돼왔던 자금경색 및 재무구조 악화가 끊임없이 넥스트웨이브를 괴롭힐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지난 96년 국내업체들의 지분투자 당시 정권의 실세와 결부된 정치논리도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어 국내 지분투자사들의 자금 및 기업이미지 손상은 더욱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CDMA방식을 채택한 국내 업체들의 기술 및 장비수출에 먹구름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의 판결과 그에 따른 국내업체에의 반향도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내업체들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반갑지 않은 도박에 말려들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넥스트웨이브는 오는 7월부터 라스베가스 지역에 PCS 시범서비스를 준비중이며 법원신청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1억3백만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CDMA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구 대비 3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김윤경, 강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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