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은행권 공동 IC카드 전자화폐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형 전자지갑(KEP)사업이 국내 금융여건 악화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시중은행권 등이 지난 96년부터 추진해온 KEP사업이 최근 부실채권 증가와 은행권 재무구조 악화로 사업의 지속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시중은행권이 경영,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부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사업추진 주체인 전자금융팀을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거나 아예 해체시키는 등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춰 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지난 96년과는 달리 현재 금융공황마저 거론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지불수단」이라는 명목만을 놓고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KEP 프로젝트가 수익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도 실행의지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로 이들 사업 추진주체들의 모임인 실무협의회는 올들어 지난 4월에 단 한차례만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KEP사업에 대해 격론을 벌인 끝에 사업의 계속 추진까지는 합의했으나 이후 회합시기와 세부실천 계획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구조조정의 격변기를 앞두고 있는 은행권으로선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신규투자를 극히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KEP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새로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업계는 현재 참가 주체가 은행권과 카드 제조업체들로만 국한돼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교통, 통신, 유통 등 각종 서비스 업체가 같이 참가, 사업시행에 따른 카드사용의 확산방안을 보장해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KEP사업이 비록 시범사업이라 하더라도 참가은행들만 투자위험을 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각종 서비스업체의 참여방안을 마련해 카드의 범용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투자위험 분산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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