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을 컴퓨터 속에서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것은 「인텔 인사이드」라는 캠페인이었다. 인텔은 97년 매출이 2백5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지만 9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소비자에게는 그 이름조차 생소했다. 90년대 들어 인텔은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마이크로프로세서 제품의 제1공급자(Primary Source)로서 제2공급자(Second Source)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컴퓨터 속에 인텔의 반도체가 들어있다는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벌였다. 전세계적으로 실시한 이 캠페인 때문에 이제 인텔은 코카콜라나 나이키처럼 유명해졌다.
그렇지만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업체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인텔은 지난 69년 메모리 반도체(D램)를 발명한 이후 85년에 이 사업에서 손을 떼기까지 약 16년간 주력사업 분야는 메모리였다.
그러다가 70년대 말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사업에 대대적으로 참여, 80년대 중반 싼 값에 제품을 공급하자 인텔은 난관에 봉착했다.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은 85년 당시 인텔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였던 고든 무어와 난국타개책을 모색하던 중 마침내 메모리 반도체사업에서 손을 떼는 단안을 내렸다. 무려 8개 메모리 생산라인의 스위치를 내리고 비메모리사업에만 전념한 인텔은 그후 80386과 80486 칩의 대성공으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업체로 성장하게 된다. 인텔의 성공에는 소위 「기술적 운전사(Technical Driver)」라고 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쌓은 기술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최근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그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 반도체업계가 처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에 정작 필요한 것은 안간힘을 쓰면서 메모리사업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부가가치가 높고 수요가 안정적인 비메모리로 사업방향을 돌리는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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