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점이요?』
사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여전히 눈빛의 흔들림도 없고, 긴장하거나 조급해 하지도 않았다. 태연했다.
『그렇습니다. 그날 저녁 죽은 여자한테서 특별히 다른 점을 느낀 것은 없었습니까?』
『평상시와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불났던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을 뿐,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헤어졌습니다.』
『알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헌데, 저 테라코타는 누가 저렇게 반질반질 윤이 나게 해놓았을까요?』
『테라코타요?』
강 형사가 살피고 있던 테라코타로 시선을 옮기는 사내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젊은 여자가 저렇게 만졌을 리는 없었을텐데∥.』
『저 테라코타는 제 방에 오랫동안 있던 것이었습니다. 여자가 원해서 선물로 준 것입니다.』
『선물이요?』
『그렇습니다. 제 방에도 하나가 또 있습니다. 모양이 같은 것입니다.』
『원래부터 저렇게 윤이 났었습니까?』
조 반장은 테라코타를 바라보며 질문을 하면서 사내의 눈빛을 살폈다. 짧은 흔들림이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당황하는 빛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태연한 자세로 돌아왔다.
『네, 그전부터 윤이 나긴 했습니다만, 저렇게 윤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가끔씩은 손을 댔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 반장은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혹시 죽은 여자의 가족중에 당신이 아는 사람은 없습니까?』
『가족이요?』
『네, 그렇습니다. 가족뿐만이 아니라 친척이라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가족상황에 대해서는 저에게 전혀 이야기해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혜경 씨의 가족이나 친척이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은행에서 주관은 하고 있지만 은행 내부에도 금융사고가 발생하여 정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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