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시급한 우리 수출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관련단체 및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40엔대를 위협하면서 세계시장에서 우리 수출산업이 일본에 비해 품질과 기술 측면보다 가격경쟁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최근 미국 루빈 재무부 장관이 「달러당 1백50엔까지 낮아 질 수 있다」고 발언, 미국의 강한 달러화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하면서 엔화 약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가전, 기계, 반도체, 컴퓨터 등 전자, 정보통신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엔화약세는 중국 위앤(元)화의 평가절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엔화폭락이 아시아 시장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반도체, 가전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은 거의 예외 없이 일본제품과 해외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어 엔화폭락은 우리 수출산업 전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전업계의 경우 그동안 원화환율을 1달러당 1천4백원대로 제품가격을 산정해 수출을 해왔으나 이미 원달러 환율이 1천3백원대까지 상승, 현재 마진이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엔화하락세로 인해 단가를 다시 한번 인하조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대형TV브라운관시장의 경우 국내제품이 일본제품에 비해 10%정도 가격우위에 있으나 이번 엔화하락으로 가격차가 상당히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형 TV시장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일본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이미 엔화하락에 따라 일부 일본제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업체들에게 그 비율만큼 가격을 더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엔, 달러 환율이 1백50엔 까지 상승할 경우 그동안 원, 달러환율상승으로 누려왔던 대일 가격경쟁력을 잃게돼 우리의 수출산업에 미치는 충격은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시장이 아닌 제3국 수출에 미치는 엔화약세의 영향은 일본제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가전, 반도체, 컴퓨터 등 우리 주종수출품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가전의 경우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한국산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일본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차가 축소돼 수출부진이 예상되며, 반도체의 경우 6MD램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돼 국제시세 약세가 가속화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일본측이 엔저를 배경으로 감산에 소극적이거나 공급을 확대할 경우 가격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일수출의 경우 일본의 경기침체 지속으로 수입이 급감, 소비재를 중심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품 등 제품의 전체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에서는 단기적인 환율요인보다 품질, 납기 등 전체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거래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달러당 1백40엔 수준의 엔약세가 앞으로 1~2년정도 지속된다면 신규발주 될 부품에 대해서는 메리트를 분석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엔화약세는 외생변수로 우리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다』며 『우리 스스로가 충격을 흡수하는 수 밖에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코스트를 개선해 나가고 장기적으로는 가격 요소 이외에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을 강화, 환율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출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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