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모토롤러 "한몸" 될까...

"다일러 벤츠와 크라이슬러 합병에 이어 또다시 독일.미국 기업간의 대규모 합병이 성사될 것인가." 올해 기업 최대의 화두는 인수합병이었다. 연초 컴퓨터업체인 컴팩의 디지털 인수에 이어 최근 미 장거리전화사업자인 SBC의 아메리테크 인수 등 컴퓨터.통신.은행.자동차업체간 대규모 인수합병은 올해 안에 몇 개의 기업들이 또다른 인수합병을 할 것이라는 인수.합병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나돌고 있는 가장 큰 합병설은 지멘스와 모토롤러간의 합병.

독일 잡지 「매니저 마가진」은 독일의 종합 전자업체인 지멘스가 대규모 국제합병을 위한 대상업체를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 모토롤러가 그 유력한 합병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지멘스는 즉각적으로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모토롤러는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지멘스와 모토롤러의 합병설은 필요한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며 또한 합병을 통해 규모의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최근의 기업 인수합병 추세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합병설은 이 같은 원론적인 판단에 앞서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TNT급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즉 지멘스와 모토롤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양사는 차세대 통신사업과 반도체부문에서 중복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고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도 극도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멘스와 모토롤러는 제3세대 이동통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멘스는 기존 유럽표준 이동통신방식인 A-TDMA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 System)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리듐 등 위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중인 모토롤러는 미국방식의 동기식 광대역 CDMA(W-CDMA)를 표준으로 한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인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 2000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간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제3세대 이동통신사업을 선점할 수 있으며 특히 이들 장비간의 호환성 문제를 극복, 양사의 장비기술을 원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국제통신연맹(ITU) 회의에서 미국, 일본, 한국이 주도해 진행하고 있는 IMT 2000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UMTS의 기술 및 장비 표준화를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어 이들의 합병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이 합병이 성사된다면 지멘스와 모토롤러는 반도체부문의 중복투자에서 오는 경제적 손실을 절감할 수 있는 한편 반도체부문에 대대적으로 전력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지멘스는 자사가 출시하고 있는 컴퓨터 주변기기, 의료기기, 무선전화기 등에 내장될 칩에 대한 기술개발 및 투자를 진행중이며, 모토롤러도 그동안 닦아놓은 반도체기술을 발판으로 위성통신사업 등에서 활용될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모토롤러와 지멘스는 미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통해 메모리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 합병설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게 한다.

특히 이들간의 합병설은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 극도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음성통신과 데이터통신으로 이원화해 발전해온 네트워크장비 시장은 인터넷 프로토콜(IP)망을 통한 음성, 데이터 통합전송(VoIP)방식이 상용화함에 따라 음성 및 데이터를 통합한 네트워크장비가 네트워크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장비 업체와 네트워크장비 업체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통합 네트워크장비 시장공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현재 네트워크장비 시장의 큰 흐름이다.

현재 데이터 네트워크장비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지멘스와 이리듐 등 무선통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토롤러는 합병을 통해 네트워크장비와 무선통신장비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노던텔레컴, 루슨트 테크놀로지 등 주요 통신장비업체들과 네트워크장비 업체간 제휴와 인수합병이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황이 이와 같은 합병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결국 지멘스와 모토롤러의 인수합병설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인수합병이 「시대적 흐름」인지 아니면 「스쳐지나갈 열풍」인지를 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며, 이 합병설이 실제 성사된다면 관련분야의 세력재편과 함께 또다른 기업간 인수, 합병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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