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정보화

梁裕錫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IMF 구조조정으로 우리 생활이 압박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근검절약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말단 세무공무원 부인의 「10억원 마련 실천계획」이나 어려운 처지의 동족을 상대로 한 경찰 비리 등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착찹하게 한다. 정치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젠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이다. 금융기관, 행정부서, 법원은 물론 대학마저 이 지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런 일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 나라의 장래에 희망을 가지려는 사람들이다. 더 이상 국민들의 가슴을 도려내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가뜩이나 불황의 터널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더 이상 기운 빠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 이런 다양한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실시한 토지전산망이 큰 효력을 발휘했듯이, 공직자 재산등록의 범위를 교사, 경찰, 군인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확대해서 공직자 재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더라면 이런 저질 악성 비리사고들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기 전에 미리 금융전산망을 완벽하게 구축했더라면 실명제 실시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무전산망을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면에만 초점을 두었기에 구청직원들이 횡령이 가능했고, 하급 공무원의 재산공개를 하지 않아 공공연히 부정을 저질러도 문제가 되지 않았는지 모른다. 사람됨을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세금으로 생활을 하는 공복들을 감독하는 시스템을 구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로 진정한 민주사회, 복지사회를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소리 높여 외쳐왔던 제대로 된 정보화를 한번 해보자.

외환위기, 기업부도, 불안한 경제전망. 새 정부는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했다. 그래도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남달랐다. 비록 우리가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고 하나 대부분의 국민은 보이지 않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어려움을 이겨낸 대통령을 바라보며 빨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21세기를 여는 지도자에 대한 기대는 정보화를 통한 국가발전을 기원하는 관심있는 수많은 이들에게도 가득했다. 정보화에 대한 의지가 대통령 취임사 속에 굳게 피력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여건은 어렵지만 다행스러운 사실은 오히려 IMF 때문에 흥청망청식의 정보화가 이제는 어렵게 될 거라는 점이다. 전시행정, 한건주의 식으로 진행되던 겉만 번지르한 정보화는 물러나고 드디어 참된 의미의 정보화를 조용히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참된 정보화란 투자만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기본이 먼저 된 다음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보화 원년을 외쳤던 문민정부는 사회 기본부터 제대로 되게 하는 정보화 투자부터 했어야 했다.

위기의 20세기 말에서 벗어나 희망의 21세기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확실한 수단은 바로 사회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정보화다. 이 정보화, 저 정보화 다 하겠다고 하지 말자. 이제 제발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 지난 정권의 정책실패는 바로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다 하나도 못하고 오히려 망친 결과다. 정보화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앞장서서 직접 할 수 있는 정보화는 많지가 않다.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화는 이제 바로 정의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보화다. 이게 먼저 이루어져야 다른 정보화가 의미가 있다. 촌지가 난무하는 학교에 교육정보화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편입학 비리와 교수채용 비리가 버젓이 존재하는 대학에 전자도서관이나 사이버 대학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시민 위에 군림하려 하는 정부기관에 무슨 행정정보화가 필요하며 뇌물을 떳떳하게 챙기는 법원에 무슨 사법정보화가 의미가 있단 말인가. 부정한 금융기관에 무슨 금융정보화며 불공정 부당행위를 일삼는 대기업에 인트라넷과 광속거래(CALS)가 어인 말인가. 기본이 서지 않은 상태의 정보화는 부질없는 일에 불과할 뿐이다.

국제 경쟁력이 있는 강력한 기업은 깨끗하고 작은 정부에서 나온다. 작고 강력한 정부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자신들이 저지르게 될지도 모르는 부정한 행위는 항상 즉시 드러난다는 효과적인 감독시스템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 이제 공직자, 정치인들을 항상 국민이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올바른 생각만 한다면 참된 정보화, 기본적인 정보화는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언제나 필요하다면 유권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정치권 정보화를 하자. 국회 속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온라인으로 국민이 쉽게 보게 하자. 모든 공무원들의 재산을 등록시켜 언제든지 국민이 원하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 보자. 정부정책 실명화와 공개자료화를 통해 정책실패 공무원이 승진하거나 영전하는 일이 절대로 없게 해보자. 대학입시 자료를 공개해서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졌는지 검증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상속세나 소득세를 많이 내는 것이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풍토가 설 수 있도록 제발 제대로 세금을 내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자.

제발 이 핑계 저 핑계로 예외를 만들지 말고 다 같이 참여하는 우리 후손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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