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다국적기업] 국내 유저에 비친 시각

그동안 외국의 다국적기업이라 하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돈만 벌어간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정부와 국내기업들이 국산품 애용을 주창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은 국산품 사용을 미덕으로 생각해왔고, 품질이 다소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국산품을 이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국 다국적기업의 국내 진출은 국민정서상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외국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마치 매국노와 같이 보는 시각을 갖기까지 했다. 그래서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높은 임금, 능통한 영어회화 구사능력, 화려한 학벌에도 불구,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회사를 굳이 밝히려 하지 않는 경향마저 있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외국 기업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기술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전자,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외국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반인들과 조금 다르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선진기술을 들여와 국내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을 마련해주었고,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으며 이들의 고용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컴퓨터분야나 산업전자와 같이 우리의 시장참여가 비교적 늦었던 분야는 상대적으로 외국 다국적기업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국내 시장이 이렇게 커질 수 있었겠냐는 시각이 부정적인 면보다 강하다.

컴퓨터분야의 경우 다국적 기업의 대부라 할 수 있는 IBM와 HP에 대한 시각만으로도 관련분야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 사실 IBM과 HP의 경우 국내에 일찍 진출한 만큼 초창기에 도마에도 많이 오르내렸지만 그만큼 한국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들 회사는 한국인을 최고사령탑에 두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기술이전 및 한글화에 적지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용창출 및 수출에 있어서도 이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IBM은 미국 본사에서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파는 수입보다 오히려 국내에서 제품을 사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양이 더 많은 회사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다. HP 역시 이러한 방법으로 지난해 4억5천만달러를 수출, 국내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와함께 이들 회사는 우리 대기업들도 꺼리는 대학연구기관 등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 대학관련자들이 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러나 지나친 상술로 불필요한 투자를 유도하는 등 매출확대를 위한 이들의 마케팅전략을 꼬집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커다란 기술차이도 아니면서 다운사이징이니 데이터웨어하우징이니 하는 신용어를 내세워 마치 이들을 따라가지 않으면 기업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 기업의 지나친 투자를 유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외국 다국적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컴퓨터분야와 조금 다르다. 국내 기업과 연구소들의 꾸준한 기술개발 노력 덕분에 교환기 등 대형 통신장비는 국산화가 이뤄졌고 비록 대부분의 단말기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국산제품의 약진이 두드러기 때문. 그래서 통신분야는 아직도 외국의 다국적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또다른 요인은 외국 다국적기업의 현지화나 국내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한데도 있다. 현재 패킷교환기, 라우터, 스위치 등의 데이터통신장비는 거의 전량을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제품의 이용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내용은 기술정보가 신속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 네트워크 구축경험이 거의 없는 국내업체로선 해외의 네트워크구축 성공사례에 관심이 많지만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는 마케팅조직만 두고 있어 기술지원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따라서 다양한 기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통신 고객지원부 이윤수 부장은 『시스템을 실제로 운용하는 데는 각 제품의 기술적 특성이나 장단점을 제대로 소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조직이 아직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외국기업의 경우 고객지원이 체계적으로 돼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산업전자분야는 산업태동 초기부터 외국 다국적기업이 국내에 진출해 관련 연구개발 노하우와 제품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이제는 국내기업들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도움을 주었던 게 사실.

산업전자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미국 하니웰사는 LG산전과 합작, LG하니웰(구 금성하니웰)을 만들어 대부분의 기술을 전수해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이며 다국적 기업인 스위스 랜디스기어는 랜디스기어코리아라는 회사를 설립, 국내에서 생산된 부품과 단품을 세계시장에 판매해주고 있다.

이같이 원초적인 제품개발, 생산기술 및 관련산업발전에 대한 기여는 물론 우물안 개구리식의 경영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시각을 넓히는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 일자리를 만들어냄으로 인한 고용창출효과도 무시할 수 없으며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부추기는 데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관련종사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산업전자분야와는 달리 가전분야에서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크게 대립을 보이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소니나 마쓰시타, 히타치와 같은 일본 다국적기업의 제품에 대해 품질면에서는 좋은 이지미를 갖고 있지만 이들 기업 자체에 대해서는 좋지 못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이러한 현상은 이들의 현지화 노력이나 서비스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가전분야에 대한 외국 다국적기업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품질은 우수하지만 서비스는 거의 전무하다는 게 일반인의 반응이다. 국산 가전제품의 경우 전화 한통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AS체계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가전분야에 대한 외국 다국적기업의 인식은 당분간 높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보생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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