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자마자 연타석 대형 홈런을 터트리고 있는 여성 리듬앤블루스 보컬그룹 「올 세인츠」는 최근 유행처럼 구성된 3인조, 5인조가 아니라 그 중간 숫자인 4를 택했다. 남성 4인조 R&B 보컬그룹은 지난 몇년 동안 가장 주도적인 세력 중 하나였지만 여성의 경우는 오히려 3인조 쪽이 강세였다. 스파이스 걸스가 등장하는 바람에 5인조가 「되는 장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성 4인조는 참 보기 드문 경우였다.
올 세인츠는 금발의 백인여성 3인과 흑인여성 1인으로 구성된 20대 초반의 영국출신 보컬그룹이다. 작년 한해 스파이스 걸스의 위세가 워낙 당당했던 까닭에 이들도 역시 그 아류가 아닌가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는데 스파이스 걸스가 댄스, 발라드를 두루 섭렵하는 주류 팝을 지향한다면 올 세인츠는 남성 4인조 보컬팀의 전형처럼 리듬앤블루스로 승부한다.
스파이스 걸스가 음악, 패션 등을 어우른 유행을 창출하는데 비해 올 세인츠는 후발주자인 관계로 음악 외적인 것으로 승부하기에는 힘에 부쳐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성향이 다른 관계로 절대적인 비교선상에 둔다는 것은 무리다.
이제 데뷔한지 1년도 채 안되는 이들의 첫번째 히트곡은 데뷔곡이기도 한 「I Know Where It’s At」인데 여성 보컬팀으로는 대담하게도 부르기 어려운 스틸리 댄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패티 라벨의 「Lady Marmalade」, 칠리 핫 페퍼즈의 「Under the Bridge」 등도 역시 리메이크곡인데 신인이라서 모험을 덜하자는 심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히트곡이자 이 팀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Never Ever」는 여성 보컬팀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보컬만으로 이루어진 곡으로는 보기 드물게 6분이 넘는 대곡인데 흑인 솔과 가스펠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또한 이 곡에서는 전 멤버가 자신이 맡은 파트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 노래는 결국 올 세인츠 성공의 지표가 되어 영국 음악계를 결산하는 98년도 브릿어워즈에서 「올해의 싱글」과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들이 R&B 여성 보컬팀으로서는 탁월하게 뛰어난 팀이라고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직 이른 것 같다. 왜냐하면 그동안 여성 R&B 보컬그룹에는 백인여성들이 두각을 못 나타냈기 때문에 그들이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는 것인지 한번 검증해볼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미아, 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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