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경제난국에서 논리연산제어장치(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산업을 지키자.
「공장자동화(FA)의 첨병」으로 불리는 논리연산제어장치(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내수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PLC업체들이 공장자동화의 핵인 PLC산업을 살리기 위한 묘안 짜내기에 여념이 없다.
IMF 등 악재가 중첩되면서 지난해 1천억원 규모였던 PLC 내수시장이 올들어 7백억원 수준에서 머물거나 이를 밑돌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PLC의 최대 수요처였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산업에서 설비투자가 급감하고 관납 프로젝트도 줄줄이 유보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더구나 국내 PLC산업의 보호막 구실을 해왔던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지난해 전격 해제돼 한정된 시장을 둘러싼 국내업체와 일본업체간 한판대결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국내 PLC업체들은 신제품 개발, 기술지원과 애프터서비스 등 고객만족 강화, 수출확대 주력 등을 통해 PLC산업의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를 모색하고 나섰다.
국내외 업체간 시장경쟁이 첨예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PLC산업분야는 이제까지 사용되어온 각종 릴레이, 타이머, 카운터 기능을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통합시킨 공장자동화의 핵심기기 중 하나다. 따라서 PLC에 프로그램을 작성함으로써 시퀀스 제어는 물론 산술연산, 논리연산, 함수연산, 조절연산 및 데이터 처리까지 실행할 수 있다.
PLC의 구조는 통상 제어처리를 담당하는 중앙제어장치(CCU:Central Control Unit)와 입력신호를 받아 CCU로 넘겨주는 입력부, 처리된 신호의 결과를 CCU로부터 작동장치(Actuator)로 전달해 주는 출력부 등 3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PLC는 기존 릴레이에 비해 제어기능, 신뢰성이 뛰어나고 제어내용을 손쉽게 수정 및 변경할 수 있으며 릴레이에 비해 복잡한 제어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PLC의 장점은 △프로그램 변경이 쉽고 시스템 확장이 간편해 작업환경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 △유지보수가 용이하고 신뢰성이 높아 설비고장을 줄임으로써 보여주는 설비의 가동률 향상기능 △네트워크 기능과 고속의 데이터처리 기능 및 충분한 용량의 관리 데이터 기억기능 등이다. 이는 공장자동화를 지향하는 각 공장이 향후 컴퓨터통합생산(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구축에 의한 전사적 자원관리를 가능케 한다.
즉 PLC는 제어장치로서의 의미 외에도 경영자와 생산설비간 일체화(MMI:Man Machine Interface)를 이루고 생산시스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의 중요 장비로, 나아가 정보시스템을 구성하는 정보처리장치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PLC는 단위기계의 자동화뿐만 아니라 공정제어기기를 비롯한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각종 자동화시스템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컴퓨터와도 통신을 통한 CIM 구축의 필수적인 요소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가전, 조선, 철강 등의 제조업에서 숨은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PLC업계가 차지하는 시장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PLC의 영향력은 이처럼 국내 제조업체들의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80년대 초 국내에 처음 소개되기 시작한 국내 PLC시장 규모는 90년대 이후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20% 이상의 높은 확장세를 보여왔다.
특히 89년을 정점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자동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성계전(현 LG산전), 삼성항공, 효성중공업 등 대기업들의 시장참여와 연구개발 투자가 활발했으며 87년 수입선 다변화 품목 지정 이후 일본업체들과의 기술제휴를 통한 제품보급이 본격화하면서 시장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MIR」사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PLC 시장규모는 지난 86년 21억 3천3백만달러에서 90년 29억7천3백만달러, 93년 40억1천1백만달러, 94년 44억5천6백만달러, 96년 55억3천9백만달러에 달하는 등 매년 1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000년경 7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신장률은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 반도체류의 성능향상 및 플랜트의 안정성과 편의성으로 인해 제어 대상물을 분산제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PLC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PLC의 대형화와 네트워크화로 분산제어시스템(DCS) 시장과 CIM 영역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96년 말부터 나타난 전반적인 산업경기 침체와 함께 PLC업계도 부진의 길에 접어들게 되며 지난해를 거쳐 IMF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올해는 사상 최악의 부진이 예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초부터 시작된 국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에 따른 판매부진, 자금력이 취약한 전문 대리점이나 수요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PLC업체들의 제품공급 기피 움직임 등이 PLC의 원활한 유통을 막는 구조적인 악재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 PLC업계의 움직임은 이러한 환경을 잘 반영하고 있다.
LG산전, 삼성전자, 코오롱엔지니어링, 효성중공업, 포스콘, 한화기계, 지멘스, 슈나이더, 로크웰오토메이션, 미쓰비시, 옴론, 히타치 등 대표적인 PLC업체들은 올해 대대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기존 고객들을 관리하는 데 경영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각 업체들이 매출확대보다도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주로 한 사업전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PLC의 주 소비처였던 자동차, 반도체, 제철, 철강 등의 분야에서 수요가 사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프로세스 공정제어분야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이 시장 개척을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섰다.
특히 최근 몇년간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기업경영의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되면서 효율적인 환경관리를 위한 대책이 요구되고 시작했고 이과정에서 프로세스 공정제어분야가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PLC업계는 이에 따른 수처리 분야의 PLC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 분야를 중점 공략대상으로 삼을 움직임이다. 또한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와 함께 올 설비투자는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반도체분야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들 분야에서의 수요창출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 대비, 대규모 프로젝트보다는 단위기기를 중심으로 하는 소규모 투자, 릴레이 대체수요 및 수출용 기계에 부착하는 물량을 수주하는 데 주력한다는 복안까지 마련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 제품과 거의 동등한 품질을 확보했음에도 외산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의 오랜 기호 탓에 영업상 패배감을 맛봤던 국산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틈새시장 위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시장상황이 외국업체보다는 국내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최근의 상황을 외산 위주로 형성되어 왔던 시장판도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PLC시장에서는 급등한 환율이 외산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국산제품을 요구하는 수요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사 모델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품 개발 및 판매시 적극 수용키로 하고 현장 중심의 영업활동을 통해 신규 고객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체별로 실적이 부실한 대리점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대리점 영업을 체계화하기 위한 조직 정비에 들어갔으며 정기적인 세미나 및 워크숍 개최, 대리점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지원, 제품광고 등을 중심으로 하는 홍보활동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최근 시장환경이 국내 업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PLC 기술수준이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이 산업 발전을 위한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이 더욱 더 요구되는 것도 현실이다.
통상산업부의 한 조사자료는 국내 업체들이 순수기술로 개발한 PLC 경쟁력은 선진국의 60∼70%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기술수준은 20∼5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외국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국산의 이같은 경쟁력은 상당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구미제품의 경우 소프트웨어가 강조되고 있는 프로세서 분야에서, 하드웨어 부문이 강한 기계제어 부문에서 일본산 제품이 국산제품을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PLC시스템 구축이나 고속처리기술 등의 경우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일본 제품의 기술수준을 1백으로 볼 때 국산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언어처리기술의 경우는 미국의 40%, 네트워크기술은 30%, 소프트웨어 설계기술은 4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퍼지제어기술의 경우는 최고 기술 보유국인 일본의 20%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국내업체들이 기술제휴 형태로 도입해 판매하고 있는 일본 조립제품의 경우 대부분 4∼5년 전의 구식 모델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등 일본을 비롯한 기술 선진국과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업계는 수입선 다변화품목 해제 이후의 시장환경에 대해 또 다른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즉 수입선 다변화 해제조치에 따라 일본업체들이 초기 시장점유를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경우 그동안 어렵게 유지하고 있던 국산제품의 가격우위에 기반한 자체시장이 일시에 무너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약 1∼2년이면 미쓰비시, 후지, 옴론, 이즈미, 고요, 마쓰시다, 요코가와, 히타치 등 일본 업체들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란 국내업계의 우려스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외국 업체들의 가격 정책이 변화하기 전의 가격을 비교해 볼 때 국내업체들이 독자개발해 판매에 나서고 있는 입출력 2백56점 이하의 콤팩트형 제품은 외산 제품과 가격차가 없거나 오히려 높으며 1천25점이상의 대형제품의 경우 오히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기술후진에 이은 형태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범정부적인 기술개발 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PLC의 유일한 국제규격인 「IEC 1131」규격이 완성단계에 있고 PLC 규격 채택을 위한 압력단체인 「PLCopen」도 본격 활동에 들어감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분야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표준안을 마련해 PLC의 품질을 안정시키는 한편 조속히 국산화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PLC 업체들도 침체기에 들어선 내수시장에서의 수요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단기적인 수출물량 확대보다도 중장기 계획을 통한 단계적으로 수출전략에 서서히 눈을 돌려나가고 있다.
<박효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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