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 압력이 점차 거세지면서 정보통신 및 세트업체들도 살아남기 위해 최근 원가절감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트업체들은 원가절감의 일환으로 앞다투어 부품구매방식을 기존 수의계약방식에서 공개입찰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자부품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3회에 걸쳐 공개입찰제도의 도입배경과 이 제도의 문제점,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해 조명해 본다.
<편집자>
최근 LG전자의 멀티미디어사업본부는 개방화, 국제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발맞추어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정예화한다는 방침 아래 공개경쟁입찰제도를 도입키로 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세트업체의 몇몇 사업부가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한 적은 있었지만 부품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적으로 공개입찰제도 도입을 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번 결정의 배경과 파급효과에 대해 세트업체와 부품업체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세트업체가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결정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전자업계의 구조조정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극심한 내수부진과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상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온 세트업체들은 공개입찰제도의 도입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해 왔는데 이번에 LG전자 멀티미디어사업본부가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이 회사의 타 사업부문은 물론 이 제도를 검토해왔던 타 세트업체도 본격적으로 공개입찰제도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트업체들은 경쟁입찰제가 원가절감과 협력회사의 정예화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회사에 균등한 기회를 제공, 새로 거래를 하고자 하는 업체에 문호를 개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또 수의계약방식으로 관계가 투명하지 못했던 부품구매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부품의 품질향상으로 세트의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 가운데서도 무엇보다도 세트업체들이 공개입찰제도를 통해 노리고 있는 것은 역시 원가절감이다. 세트업체들은 그동안 거래관계를 갖지 못했던 신규업체에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부품업체간의 경쟁을 유도, 자연스럽게 부품공급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업계가 세트업체들의 공개입찰제도에 대해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세트업체들이야 경쟁입찰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겠지만 부품업체들은 가뜩이나 과열경쟁으로 인해 채산성도 못맞출 정도로 원가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트업체들이 경쟁입찰을 통해 물량을 공급받을 경우 부품업체간의 무리한 「제살 깎아먹기」식 과열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품업체들도 이제 IMF시대를 맞아 공개입찰제도는 어쩔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체라면 입지가 더욱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일부 부품업체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국내외 부품업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입찰제도는 대세가 되고 있다』며 『이제 국내 부품업체들도 원가절감 및 품질향상에 노력을 기울여 경쟁입찰제도의 확산에 대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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