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가전 공급체계 "혁신"

가전3사와 중소가전업체간 소형가전 공급체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동안 가전3사는 대다수의 소형가전품목을 자체적으로 기획, 개발한 뒤 중소업체들에게 생산을 맡겨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공급받아왔으나 최근 구조조정과정에서 자사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중소기업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별도의 소형가전 공동브랜드를 도입해 자사의 대리점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가전3사는 이를 위해 각기 별도의 유통업체를 선정, 이들을 통해 중소기업제품을 소싱, 대리점에 공급하도록 하고 수금 및 기타 결제까지 맡기는 방법도 검토중에 있다.

따라서 가전3사의 소형가전 사업전략은 대리점에 공급할 상품을 기획하고 품질에 대한 검증정도만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을 축소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유통업체와 대리점 사이의 중재자로 남는 방법으로 결론을 지어가고 있다.

현재 이같은 방법으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이 회사는 자사의 국내판매사업부내에 MD(머천다이징)그룹을 신설, 대리점과 유통업체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맡겼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한일가전으로부터 자사의 브랜드로 공급받는 10여가지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소형가전에 대해서는 공동브랜드인 「아인즈」를 부착해 스코치, 한국리빙 등 유통업체를 통해 전국 대리점에 공급하도록 했다. 또한 MD그룹은 당분간은 대리점에 공급할 제품선정권을 가지면서 기획력을 발휘하고 결재도 유통업체들을 대신해 대행해 줄 것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이미 한국신용유통을 통해 자사의 사업부가 관할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중소기업브랜드 그대로 제품을 공급하도록 맡겨왔으며 최근 영업조직의 이관과 함께 이 역할을 대폭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전자의 생활가전사업부는 부가가치가 높은 일부 제품의 기획과 품질관리 이외에는 업무를 모두 수출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 대우전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LG전자도 최근 새롭게 소형가전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LG전자역시 삼성과 같은 방법으로 중간 유통업체를 내세워 자사의 역할은 대폭 축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유통업체, 브랜드, 물류 및 수금 관계 등이 확정되는대로 사업구조전환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가전업체들은 LG전자의 사업구조조정이 완료되는 하반기부터는 가전3사중소가전업체유통업체대리점의 4자 구도로 국내 소형가전사업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가전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강화될 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로 가전3사의 단순 협력업체로 전락할 지 우려하고 있다.

중소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기회로 자체브랜드의 제품을 가전3사의 각 대리점에 모두 공급할 수 있게 되기만 한다면 중소업체로서는 정말 반가운 일』이라며 『그러나 가전3사가 관리상 편의를 내세워 공동브랜드 쪽으로 몰아간다면 예전과는 다른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지연 기자>